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화제의 중심에 설 때가 많다. 대통령과의 대화의 일종인 청원게시판을 보고 있으면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에게 기도하는 모습이 떠오를 때가 많다. 대부분이 우리를 위해 뭔가를 요구하거나 드리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청원을 통해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청원하거나 격려한다, 기도에서 말을 하거나 예배하는 것이나 똑같은 모습이다.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이 많은 우리는 하느님이나 대통령에게 청원하는 것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이 뭔가 해주기를 기대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알려준다. 본질적으로 하느님이 우리 삶에 개입하고 간섭하여 변화를 일으켜 주기를 요청하는 것이나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이 나를 돕기 위해 개압한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를 차별하는 결과로 통한다.
우리와 이념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혼내는 것은 일요일에 놀러가기 좋은 날씨는 우산 장사에게는 망해도 되는 날씨다. 나와 이념적으로 통하는 사람들의 삶이 좋아져야 한다면, 이념이 다른 사람들의 삶도 함께 좋아져야 한다.
내가 부모의 암이 낫기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만큼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자신의 부모의 암이 낫기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있는 것이 세상살이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우리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처지나 상황에 대한 직접 개입이 차별적인 이유다.
나의 어려운 처지나 현상을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서 변화시키고 심지어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는 청원은 나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까지도 대통령이 대신 맡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나 같은 일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무언가를 요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우리와 대통령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정말 대통령을 하느님만큼 경배하고 찬양할까? 또 대통령도 우리의 그런 경배와 찬양이 필요할까? 하느님은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지 정말 듣고 또 들어야 할까?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존경한다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대통령은 존경받을 필요가 이미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대통령을 존경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정말 존경받을 필요가 없다면 왜 존경해야 하는가?
대통령은 왜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하고, 우리보다 위대하고, 우리를 초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계속 상기시켜야 하는지 궁금하다. 인간사에서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면 할수록 거리가 생긴다.
만약 어떤 사람과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그 간격도 큰 것이다. 사람들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자신의 희망을 대상으로 하는 글을 쓰는 것은 이렇게 국민들 사이에 간격이 존재하고, 사회적 문제의 진단에서 이미 차별이 있음을 알게 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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