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나 시간, 즉 세상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우리를, 우리의 삶을 도와주거나 지켜주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를 거둬주기 위해 있을 뿐이다. 내 삶의 질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을 살아가게 해줄 마당일 뿐이다.
세상이 항상 일정하게 나를 돌봐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쫓아가야 그나마 내가 마음 놓고 활보할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이유다. 자연이나 세상은 우리 삶의 목적지가 아니라 그냥 삶이 펼쳐지는 근원일 뿐이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있을 수 없는 이유다.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생각의 파도처럼 세상은 항상 변하고 달라지고 있다. 그에 따라 변하고 달라지는 사람은 세상과 함께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그냥 있다가 자신도 모르게 잊혀질 뿐이다.
바다의 파도가 바위를 바꿀 수 없듯이 세상은 우리 자신을 바꿀 수 없다. 내가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고 사랑할 수 없듯이 세상도 우리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거나 존중해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그대로 둘 뿐이다.
그대로 두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사랑이며 존중이다. 그런 존중을 통해 세상의 본질을, 사랑의 친밀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들 자신의 행복일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되는 것은 쉽다.
가르치거나 내가 기억하고 있는 삶의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쉽다. 그렇지만 삶의 현장의 소리들을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처럼. 그래서 침묵하고 기다리고 수행하는 것이다.
지옥의 모든 사람들이 성불할 때까지 자신도 해탈하지 않겠다는 보살의 염원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내 마음 속 공간을 내어주고 있는 그대로 모든 존재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다. 내가 생각하는 최선이라는 말은 내가 만든 하나의 환상일 뿐이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제대로된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생각 그 자체가 지금 그 사람이 그런 최선의 조언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벗어나 있을 수 있다. 나만의 환상일 뿐일 수 있으며, 그 사람에게는 그저 나란 존재와의 유대감만 필요할 수도 있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을 도와주거나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나는 그 사람의 삶이 아니라 그 사람 존재 자체만 담을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함께 부대끼며 나의 그릇으로서의 안정감, 분별력, 평화를 제안할 수 있다.
그것 뿐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우리가 함께 가고 있는 길을 공유하고, 나의 생각이나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삶의 고통을 없애줄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삶의 길을 가며 교훈과 해답을 찾은 것은 각자의 몫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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