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밤은 그저 밤일 뿐이다. 모든 것이 정지된다. 그저 하늘에는 구름이 보이고 구름이 없으면 깜빡이 별이 한 두 개 정도 창공에서 빛날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생각과 행동도 밤의 고요와 경건함 속에서 투명성을 가지게 된디.
모든 것을 조금 더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모든 움직임은 전혀 다른 박자로 흘러 들어가 마치 영화를 완전히 다른 속도로 보는 듯한 기분을 갖게 만든다.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내 옆에 놓인 전구가 영감을 자극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생소하고, 심지어 의심스럽게 들렸던 문장들이 밤의 고요함과 명정함 속에서 살아 있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그 문장들은 어디선가 갑자기 특별한 영양분이라도 공급받은 양 생동감이 넘친다.
새들의 지저귐이 시작되기도 전에 창문을 여는 행복이 무엇인지는 일찍 일어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영적인 충만감을 느끼게 되고, 그것이 내적인 진리의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기쁨으로 높이 고양되는 만큼 깊은 추락도 가능하다.
생각이 궤도를 이탈해 어두운 곳으로 치달으면 두 손을 모아 자연스럽고 경건하게 기도를 하게 된다. 그러나 혼자 침묵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사이에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세상의 진리들이 혼자 읽는 것과 함께 이야기할 때처럼 차이가 있다.
새로운 날의 새로운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일단 충분한 잠을 잠으로써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이런저런 문제들이 엄습할 때도 가끔씩은 가만히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 있는 것이 좋다. 한 번쯤은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항상 되어 있어야 한다.
큰 일을 하기에는 힘이 미치지 못할 때도 그나마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산책이나 달리기처럼 때로는 그 작은 일들이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이제는 어떻게든 굴러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나를 괴롭히는 어려운 문제를 처리해낼 힘을 느끼게 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대체로 그렇다는 말이다. 어느 순간이 되면 우리는 다름 사람의 눈을 의식하는 습관을 멈춰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비난하고 초라하게 만들지 모른다고 겁먹을 필요가 없다.
자기 자신과 잘 지내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이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긍정하고 좋아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과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자기 자신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야 움켜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침묵 속에서 귀를 기울일 수 있고, 자기 안에 오래 억눌려왔던 것을 분출시키는 일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실존에 대해 물음을 던짐으로써 결국에는 자신에게도 되돌아오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