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회든 선악이 항상 존재하고, 선이나 악이 활성화되거나 위축되는 사회적 상황도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비근한 예가 전쟁으로, 전쟁은 악이 아예 활개 치고 다닐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북한과 같은 전제주의 정권은 그 자체로 이미 악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현대사회를 거의 장악한 돈과 섹스는 굳이 이 시대의 현상만은 아니다. 대대적인 몰락을 경험한 시대는 거의 예외 없이 부도덕과 파렴치가 번성하던 시대였다. 종교적 가치를 멀리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위험한 불화의 신호탄 같은 역할을 한다.
단순히 한 쪽엔 미덕, 다른 쪽에는 부도덕을 올려놓는 저울이 돌연 부도덕 쪽으로 기울었다는 사실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악의 문제가 경시되면 십중팔구 신중함도 실종되기 마련이다. 조직 폭력이나 범죄의 움직임이 없으면 범죄와의 전쟁 준비를 안 한다.
자신의 일에 철저하지 않고 어지간한 일은 내버려두는 것은 순간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어떤 규칙성을 띤 것이다. 재물이나 돈이 절제와 나눔이라는 미덕과 결합되는 것이 아니다 이기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유혹의 올가미에 빠지는 것은 이미 상투적이다.
어떤 사람들이 재물과 명예를 추구한 나머지 일체의 수치심이나 연대감을 너무 쉽게 내던져버리고 마지막에는 오로지 자기 재산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또는 그것을 잃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 살면서 자기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가는 것을 보고 있다.
섹스나 돈, 그리고 권력의 문제 역시 피상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은 동물과 식물, 그리고 불과 물에 대해 이런 것들을 휘두르면서 자신의 한계를 망각하고 거의 신적인 힘을 내세우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부정적으로 사용하여 삶을 망치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에 대한 오만이자 교만이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자신의 부하직원 다루듯 하고, 탈취와 욕망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등 힘을 다른 사람들에게 남용하는 것이다.
부정한 돈과 불의한 권력이 어떤 법칙성에 따라 모든 악의 뿌리, 즉 소유욕으로 발전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음껏 돈을 쓰고, 최신 유행의 옷을 입고, 사치와 열정에 탐닉하는 자신과 또래 집단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세대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새로운 세대, 가장 모범적인 미라의 모습이라는 무엇인가 들뜬 상태에서 용기를 시험하거나 내기를 하듯이 모든 것을 바꾸려는 행동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것은 자신의 경험에서 느긴 어떤 깨달음의 실천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확고한 지침이나 깨달음을 갖추지도 못하고, 그런 수행을 하지도 않으며, 부자와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이고 수사학적인 장광설을 전개하기도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돈을 기뻐하지도 않으며, 사회적 책임에서 점점 이탈되어 버렸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