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을 조용히 나아가야 할 방향만을 주시하며 걷거나 달리면서 배운 것들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다. 조바심을 내는 일은 무의미하다거나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거나 나무나 사람은 잡아당긴다고 빨리 자라지 않기 때문에 무슨 짓이든 소용이 없다는 것등.
일상의 삶은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이 천천히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이 된다. 그런 과정에서도 우리 사회는 느림이 환영받지 못했고, 모든 것이 팽팽 빨리 돌아가야 했다. 교통, 경력 쌓기, 심지어는 생각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약속시간에 기다리지 않는 것이 미담이 될 정도로 "빨리 빨리" 모든 것이 돌아가야 했고,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다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게 되었다. 세상이 오염되고, 퇴폐하고, 파괴되는거나 몰락하기 시작한 원인도 바로 여기 있는지 모른다.
자연도 그렇고, 미래와 행복도 마찬가지다. 지연되는 전철도 그렇고. 그래서 언제나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안전을 확보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런 사람들은 모든 일이 제시간에 척척 이뤄지길 기대하며, 그것을 정확성이라 평가한다.
살아가는 것이 사회적 인간관계의 한 단면들을 구성하기 때문에 정확해서 나쁘거나 손해보는 일은 없지만, 그 정확성의 기준이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어야 한다. 낮이 지나고 밤이 오듯,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듯이.
아침의 새소리와 해돋이와 함께 일어나고, 이른 봄에 씨를 뿌리는 일이 그런 것이다. 시계를 기준으로 삼는 정확성은 자연적이지 못하며, 아무리 철저하게 대비를 해도 완벽한 안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여름철 들이나 밭에서 자라는 잡초들이나 사회의 어두움 속에서 자라는 사회악들은 정말 끈질기다. 게다가 퍼지고 자라는 속도는 정말 빨라서 그것을 뿌리 뽑으려 너무 힘껏 잡아당기면 순식간에 뽑히는 바람에 뽑던 사람이 균형을 잃고 벌렁 나자빠지고 만다.
잡초 뽑다 넘어진 사람이 일어서는 사이에 다시 다른 데서 자라고 있는 것이 잡초들이다. 그래서 제초제라는 생명을 죽이는 독을 뿌리고 싶은 유혹이 생겨난다. 훨씬 쉽게 잡초들을 제거할 수 있고, 귀찮은 일에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고 방식이 자신의 일 이외에 다른 사람들의 일이나 생각은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폄훼하는 경향이 생겨난다. 자신의 일만이 과학적으로 올바르고 정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아니라 자연의 기준을 따르는 일은 건강하다.
걷거나 달리다 보면 차가 막히거나 사고가 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그런 시간들이 명상하는 것이나 다름 없어서 영혼은 고요해지고 평온한 명료함이 내면 구석구석을 채우면서 황홀하기 그지 없는 순간순간들을 경험하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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