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19-7] 색즉시공(色卽是空): 모든 것이 인연이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내 망상을 내가 책임진다는 말은 중생인 나를 제도할 수 있는 사람 또한 나 자신이아라는 말이다. 망상은 알아차린 다음에는 더 이상 관심을 주지 말고 가만히 마음 한 켠으로 밀쳐두면 저절로 없어진다. 흙탕물을 휘젓지 말고 가만히 놓아두면 물은 저절로 맑아지는 것처럼.
그러나 “아, 달이구나”하는 순간 흙탕물이 흐려지면서 달은 보이지 않게 됩니다. 보이면 취하고 안 보이면 버린다. 제대로 노력하는 수행자라면 물 통속에 흙탕물을 가라앉히는 노력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릇 자체를 깨어버린다. 본래 모습인 공성(空性)을 깨닫는 것이다.
물 통속에 있는 달을 취하거나 버릴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릇이 있는 상태에서 그릇이 깨어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깨달은 세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원동태허(圓同太虛), 즉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는 무심삼매에 든 것이다.
세간의 있는 인연도 따르지 말고 열반의 공함에도 머물지 말라는 말이다. 인연이라는 세계도 또한 인연법에 의해서 변해나가는 과정일 뿐 고정된 실체가 없는 것이다. 부처라는 단어를 분석해 보면 ‘ㅂ 아래 ㅜ’, ‘ㅊ 옆에 ㅓ’가 모여서 인연이 되어 부처라는 단어가 나왔을 뿐이다.
ㅂ에도 ㅊ에도 ㅜ에도 ㅓ에도 그 어디에도 부처라는 주체성이 없다. 아무런 자체 성품이 없는데 모인 인연에 의해서 부처님이라는 인연성을 보여주는 불수자성수연성(不守自性隨緣成)이라는 현상이다. 글자를 그렇게 배열하면 부처님이라고 하자는 인간의 약속, 부호일 뿐.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