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을 살아가는데만 매달려 아둥바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달리기를 하면서 달리기 자체에만 매달려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세상 자연의 모습에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일상의 삶이나 달리기 모두 어느 하나의 대상만 있는 움직임이나 어떤 특정한 순간이나 경험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열린 마음으로 넓게 펼쳐진 세상 풍경을 바라보며 경이로움을 자각하고 지친 몸을 달래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얽히고 설킨 일상의 삶의 얼개들을 헤쳐나가면서 휴식과 순수 자각을 경험하기 위해 모두가 달리기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의 일상을 끝내고 심호흡을 하며 집에 가서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마찬가지다.
몸은 지쳐 있지만, 마음은 심호흡을 하는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해, 평화롭고 완전히 열려 있으며 온전히 휴식할 수 있다. 주부가 잔뜩 쌓인 설거지를 끝내고 크게 심호흡을 하며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똑같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화면들과 중간에 끼어드는 광고들을 지켜보면서도 어느 것도 하나 자신의 심호흡과 휴식을 방해하지 못한다. 생각과 감정과 신체적인 느낌들이 일어났다 사라질 수 있지만 우리는 심호흡을 하면서 휴식하고 단순히 현재라는 순간에만 열려 있다.
그런 순간에는 모든 세상사를 가볍고 부드럽게 주시할 뿐이다. 일상의 삶을 살아가거나 달리기를 하거나 설겆이를 하는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며 과거는 끝이 났다. 또 한 번의 달리기나 설겆이나 일상의 일들은 미래의 일이며, 아직 오지 않았다.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 내가 심호흡을 하며 열린 마음으로 내 밖의 세상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마치 힘든 장거리 달리기를 이제 막 끝낸 것처럼 다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제 긴장을 풀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몸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과 신체적 느낌이 무엇이든 그것을 저지하거나 뒤쫓을 필요도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크게 심호흡을 하는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편안함으로 다만 휴식할 뿐이다.
생각이나 감정, 혹은 신체적인 느낌이 일어나면 그냥 그것들이 일어나는구나 자각하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든다고 마음이 거기에 꽂히는 순간 마음이 환상과 기억과 망상들 사이로 정처 없이 떠돌며 평화로운 휴식이 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놔두는 것은 휴식이 아니다. 그리고 마음을 바르게 쓰는 것도 아니다. 마음은 어떤 것에도 특정하게 고정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자각은 여전히 존재하고,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자각하고 그것들에 깨어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