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19-5] 색즉시공(色卽是空): 취하고 버림만 없으면 태허공(太虛空)의 대자유라 할 수 있다
둥글다고 하면 우리는 평면에 그려진 원을 떠올린다. 신심명(信心銘)에서 말하는 원은 존재원리를 말하는 것이지, 실제적인 형상을 가진 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삶의 습관이 취함과 버림에 익숙하여 그렇게 생각되는 것일 뿐이다.
모양이 있는 평면에 그린 원은 둥글지 않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움직여 원도 되고 네모꼴도 되며, 아무리 둥글어 보여도 현미경으로 보면 굴곡이 있다. 모양이 있는 것은 완전할 수 없으며 한 순간의 변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모양으로 그린 것은 생각의 움직임이며, 생각이 일어나면 이미 마음 속에 일어나는 원은 아니다. 일체 모양은 생각의 파장이기 때문에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의 원은 모양이 없으나 처처에 나타나고, 취하고 버림이 없으니 일체 걸림이 없으며 이런 대자유가 바로 원동태허(圓同太虛)다.
안타깝게도 취하고 버리는 마음에 가려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억울할 일 아닙니까? 취하고 버림에 대한 이분법적 생각 자체가 공한 줄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무심(無心)하면 너니 나니 시비분별에서 벗어나 실상을 바로 보는 방법이며, 완전한 평화, 영원한 자유의 길이다.
한 생각 이전의 상태에 머물라고 하면 오랫동안 그런 고요함 속에 취하여 있다가 '이것이구나!'하고 잘못된 견해가 생겨 헛바람이 드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공부를 안 한 사람보다 오히려 더 '버린 사람이다.' 괜한 엉뚱한 소리나 잘못된 행동으로 "총명한 사람 하나 버렸구나!"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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