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가지 마음이 있다. 지배하려는 마음과 지배받기를 좋아하는 마음, 남자의 마음과 여자의 마음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남자 같은 마음을 가진 여자도 있고, 여자 같은 마음을 가진 남자도 있다. 언제나 같은 것은 없다.
인간에게도 두 가지 마음이 있다. 지배하기를 원하는 마음과 지배받기를 원하는 마음이다. 이 두 가지 마음으로 자아는 만족을 느낀다. 지배하든 지배를 받든 자신이 중요한 인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를 지배한다는 것는 그의 지배가 나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나 역지 중요한 사람이 된다. 내가 없다면 그의 존재 역시 의미가 없어진다. 내가 없다면 그의 지배력과 소유물의 존재가 도대체 무엇인가? 아무 존재도 없어진다.
이렇게 우리 자아는 극단의 방식 모두에서 채워지고 있다. 오직 중간에서만 자아가 죽는다. 누구에게도 지배당하지 말고, 누구도 지배하지 않으면 우리는 주인도 머슴도 아니며, 어떤 식으로도, 어느 쪽으로도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
주인은 머슴 없이는 살 수 없고, 머슴은 주인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들은 서로가 필요하고, 남자와 여자처럼 상호 보완적이다. 서로의 만족을 위해 상대방이 필요하다. 그 어느 쪽도 되지 않을 때 그때 갑자기 나는 사라진다. 더 이상 중요 인물이 아니므로.
아무도 나에게 의존하지 않고, 나는 더 이상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나는 만족감을 느낀다. 때로 그것이 비참함을 안겨 주더라도 나는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
장애아가 자리에 누워 있으면 엄마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아픈 아이를 돌봐야 하고, 자신의 삶 전체가 소모될 것이지만, 만약 아이가 죽기라도 한다면 자신의 깊은 상실감을 느낄 것이다. 적어도 아이는 그녀를 절실히 필요로 하므로 중요한 인물이 될 수 있다.
나를 원하는 사람이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자꾸만 누구에겐가 필요한 인물이 될 이유를 만들어 나간다. 비록 머슴이 되어 주인을 섬겨야 하더라도 의존 관게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거나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혼란으로부터 맑음을 얻고, 슬픔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길은 양 극단이 아니라 그 중간의 비어있는 자리, 그 자리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고,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도 없는 곳, 내가 존재하지 않는 듯 존재하는 곳이다.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아가 지속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중요한 인물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불행하고 혼란이 생긴다. 양 극단의 중간에 머무는 순간 사념이 사라지고 마음은 자유를 느끼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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