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후에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 생각날 때 시원하게 한 잔을 마시면 세상이 행복하다. 튀긴 닭다리 한 개를 같이 먹으면 더 행복하다. 일정한 양의 욕구가 있을 때, 그 욕구가 그대로 충족되면 행복하고, 어느 한계까지는 더 많이 충족시킬수록 더 행복해질 것이다.
그런데 언제나 내가 누리거나 소유할 수 있는 물질적 양은 한정되어 있어서 욕구 충족량을 늘이려면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와 경쟁이 필수적이고, 그 과정에서 서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욕구들은 구체적인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현재의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 많이, 더 좋은 것을 원하게 되고, 그래서 더 행복해지겠다고 점점 더 많은 욕구를 충족하려는 시도는 현명하지 못한 노력이 되기 십상이다. 일정 수준의 만족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들 때는 욕구를 줄여나가면 계속 행복할 수 있다.
닭다리 한 개 살 돈이 없으면 맥주 한 잔만 원하면 된다. 적게 원하면 적은 양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경험상 이것이 현명한 길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가 흔히 느끼는 행복감은 자신의 충족량을 욕구로 나눈 것이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중족시켜야 할 먹고 마시고 잠자는 등의 생리적 욕구조차도 모두 버려야 무한대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목마르면 물 마시고,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 자는 둥의 단순하면서도 필수적인 행위들은 집착이라는 지나친 욕구가 아니다.
누구나 생사윤회의 순환에 떨어지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자 하는 집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누구나 그런 욕망과 집착을 줄여야 깨달음에 이를 수 있지만, 반대로 깨달음은 모든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성취가 가능하다.
마라토너가 달리는 중에 힘들면 끝나고 나서 마실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튀긴 닭다리 하나를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내어 즐겁게 달리게 된다. 깨달음을 얻으려는 수행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깨달음의 욕구와 집착에 사로잡혀 있다.
깨닫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수행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그런 공부와 수행의 습관에 젖어든다. 달리기가 일상적이 되면서 의식과 실천 습관으로 자리 잡아갈수록 끝까지 달려가겠다는 의식적인 욕구가 점점 줄어들어 나중에는 없어지는 것과 똑같은 과정이다.
뭔가를 배우거나 공부할수록 공부에 대한 의식적인 욕구가 점차 잦아들어 일상의 행동 하나하나가 아무런 욕구도 의식하지 않는 무의식의 상태에서 반복되어 일어나게 되고, 그래서 아무 집착 없이 공부와 수행에 계속 집중하게 되는, 말 그대로 용맹정진처럼 말이다.
그런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떤 삶이나 인생의 이치가 툭 튀어 나오며 뭔가를 깨달을 때가 있다. 일상의 삶에서 의식하지 않은 채 현재의 일 자체에 집중함으로써 논리적으로 풀 수 없어 보이던 역설에 대한 깨달음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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