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언제나 생각 한가운데서 생각이 터지고, 마음 한가운데서 마음이 열리고, 혼란 한가운데서 맑음을 얻고, 슬픔 한가운데서 자유를 얻는다. 마찬가지 이치로 이 세상 한가운데 내가 있어야 비로소 세상이 열리게 된다.
내가 없으면 이 세상도 사라진다. 세상이 일정부문 나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주위에 만들어 놓은 전세계는 나를 꽉 붙들고 있기 때문에 내가 없으면 이 세상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존재하고 있는 것이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 사라지고 그 한가운데서 비로소 존재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 세상은 내 마음이 만든 세상이기 때문이다. 내가 있음으로 세상이 있고, 집이 있고, 꽃이 있고, 이름도 없이 실체 그대로의 모슴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세상 진리다.
길 가다가 돌부리에 부딪치면 화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사람이거나 강아지라면 소리치며 화를 내거나 욕을 내뱉을 것이다. 이것은 거기에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잘못이 없다.
우리가 그 곳에 있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다. 내가 만약 돌부리에 화를 낸다면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만다. 내가 그 옆에서 구경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화내는 것을 즐길 수도 있다. 함께 화를 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와 부딪쳤다면 나 또한 너무 단단한 벽일 수 있다. 그럴 때는 하나의 문이 되는 편이 좋다. 활찍 열린 문이나 공간이 되면 사람들이 부딪치거나 욕을 하지 않고 그냥 어려움 없이 즐겁게 지나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화를 내는 것은 뭔가와 부딪쳤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부딪친다는 것은 벽이 있는 것을 보고 피하지 못했거나 문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다. 내 속이 너무 복잡해서 내 앞에 뭐가 있는지 미처 볼 수 없었다. 상대는 그런 나의 모습을 즐길 수 있다.
내가 마음을 비우거나 화가 흘러가게 내버려 둔다면 나도 그 화를 스스로 즐길 수 있다. 내가 그곳에 없는데 화가 누구에게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강하거나 단단해서 뚫고 나가기 힘들면 사람들은 화를 낼 것이다.
일상의 삶을 모든 사람들이 얽혀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너무 많이 있다면 어느 곳에서나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싸움과 다툼, 논쟁과 폭력이 일어난다. 갈등은 계속된다. 누군가 화를 내거나 부딪칠 때 항상 그 사람 탓이라 생각한다.
무지가 결론을 내리고 해석하는 방식이 바로 그런 것이다. 무지는 언제나 속삭인다. 저 사람, 저 물건 탓이라고. 하지만 마음 속 지혜는 만일 누군가의 탓이라면 그것은 곧 나의 탓이라고, 충동하지 않는 유일한 길은 내가 그곳에 없는 것이다.
내탓이라는 말은 내가 무엇을 했기 때문에 상대가 화를 내는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선하거나 악한 일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곳에 자리를 잡고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다. 사라지면 모든 것이 즐거워진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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