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21-4] 수상행식(受想行識): 나와 대상 경계가 함께 공한 데 어디에 머물겠는가?
모든 경계의 만 가지 인연이 머무르지 못하여, 뒤섞여 태허공 속에 숨어 있다. 둥글기가 한이 없는 태허공(太虛空) 같아서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거늘 취하고 버리는 우리 마음 때문에 편안하지 못하다.
원주는 불교적으로 존재원리를 설명할 때 잘 이용하는 말인데, 평면의 원은 엄격하게 말해서 둥글지 않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움직여 원도 되고 네모꼴도 되기 때문에 아무리 둥글다 해도 세밀한 현미경으로 보면 굴곡이 있게 마련이다. 왜냐 하면 모양이 있기 때문이다.
모양이란 완전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변해가는 과정이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모양이든모양으로 그린 것은 그 때 그 순간의 생각의 움직임일 뿐이다. 생각이 일어나면 이미 원은 아니다. 일체모양은 생각의 파장이므로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 지극한 도가 완전한 원이다.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이 완전한 삶의 진리가 우리 앞에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만, 좋고 나쁘다고 취사선택하는 마음 때문에 가려 보지 못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안타까움을 벗어나 억울하기까지 한 현실인가 말이다.
취사선택에 대해 한 번 다시 내 주위를 살펴보고 깊이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양변을 버리고 중도(中道)를 바로 봐야 한다고 배우니까 “아! 중도를 바로 봐야겠구나”하는 마음을 내게 된다. 벌써 선택하는 시작에서 속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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