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24-1] 시제법공상(是諸法空相): 공함이 사라지면 현상도 사라진다
제법의 상(相)은 공이다. 그러나 다 같이 공이라 일컬어지는 것 중에서도 보아야 되는 것과 보지 말아야 되는 것과 구별이 있는 것이다. 저 환상의 저녁 노을이나 무지개도 실제로는 없는 것이지만 그 색과 모양을 보는 등 육감(六感)의 상대가 되는 것은 조금도 뒤섞이는 일이 없다.
공하다는 것도 무지개나 저녁 노을처럼 견주어 보아서 알 수 있을 것이다. 공함은 안에 있지도 않으며, 밖에 있지도 않으며, 안팎에 있는 것도 아니며 또 생멸과 실성도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공함의 인연은 사실상 여러 가지 현상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다.
바람이 불길처럼 일어나 먼지를 날리고, 그 먼지가 햇빛에 비추이면 광야를 남자나 여자, 또는 달리는 말 같은 그림자를 나타내기도 하며, 무지한 사람은 이것을 먼 발치에서 보고 남자나 여자, 말이라 착각한다. 생사의 광야에서 일어난 사념(邪念)의 먼지인 어리석은 망념(妄念) 때문이다.
햇빛이나 수증기가 사라지면 무지개나 저녁 노을의 현상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함이 사라지면 공함이 원인이 되는 현상도 또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관조하여 깊이 비추어 보는 사람만이 공한 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말이나 문자로 공했다고 하는 것은 공함이 아니다. 자신의 주인공을 깊이 꿰뚫어 확실하게 보아야 공함에 대한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이 실제가 아니라고 하는 이것만 확실히 알면 어디서나 걸림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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