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은 4월 초의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푸르고, 나무들은 문명이 닿지 않는 연초록빛으로 물둘어 가고 있다.강물 위에는 한가한 오리 가족들이 유리처럼 잔잔한 표면의 물을 가르며 아침 식사를 위한 자맥질 경쟁을 하고 있다.
산수유나 민들레, 그리고 개나리꽃들의 순수한 노랑색 꽃들은 전쟁과 폭력이 없고, 경제력과 피부색과 국적으로 나누어지고 결국에는 빈부와 사회적 분열을 만들어 내는 인간의 탐욕이 존재하지 않는 땅을 상징한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이나 나뭇잎들의 초록색은 우리가 매일매일 싸워나가도록 해주는 변화에 대한 희망을 전해준다. 진달래와 덩백꽃 같은 붉은 색은 진리의 혈액이다. 독립운동가나 6.25남침기습 전쟁의 영웅들의 죽음에서 흘러나온 그것이다.
그리고 아직 완전히 밝아지지 않는 검은색 하늘은 삶의 한가운데 언제나 존재하는, 하지만 마음과 정신을 강화시켜 매일 매 순간을 정복하게 만드는 고난을 드러내고 있다. 날이 밝아질수록 점점 안정된 사회로 나아가고 있고,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
정체되지 않기 위해, 계속 나아가기 위해, 우리 안에 쌓여있는 열정의 덩어리들을 발견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일이 삶의 일차적 목표가 된다. 그렇게 우리 안에 충만한 자신들의 내적 가치를 물질적 세상으로 옮기는 바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강가를 걷거나 달리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반대 방향으로 스쳐 지나가는 우리는 매일매일의 일상의 삶의 의미에 대해 모두가 같은 마음임을 알 수 있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 환하게 미소지으며 서로에 대한 느낌을 공유한다.
내가 달리는 길은 좁은 갈대숲을 지나고 철판과 시멘트로 만든 다리도 지나며, 내 삶의 길을 보여줄 누군가를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또 그런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오르막 언덕을 지나고 계단을 내려가기도 하는 오래된 길을 만나기도 한다.
사람들은 길 밖 쉼터에 앉아 나를 유심히 바라보기도 한다. 나는 인정이 가득 담긴 가식이라고는 전혀 없는 미소를 얼굴에 짓는다. 소통은 소리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사랑만으로도 가능함을 알 수 있다.
방금 내가 추월했거나 스쳐 지나간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나의 사소한 손 흔들어 전하는 인사를 어떻게 생각할까? 상상은 이런저런 종류의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들로 계속 이어지기도 한다.
나의 모든 경험은 거의 항상 과거의 일들고 겹쳐 나타나곤 한다.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주름은 그들의 지혜로운 성정을 대변하고, 반복하여 내쉬는 호흡 속에는 그들이 살아오면서 보았던 매일의 태양을 담고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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