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내가 했거나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한 일이나 행동 또는 결과에 짜증이나 화가 날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는 일단 그 자리를 피한다. 치솟는 화를 따라가면 내 인생이 불행해졌다고 믿고, 모든 고통을 다른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해진다.
한 발 물러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고통의 주범은 내 안에 있는 화라는 감정의 씨앗임을 알 수 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똑같은 말을 듣고, 상황을 마주해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흥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젊을 때부터 나는 현장에서 고함지르고, 과격한 언사로 상대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싸움닭이라 생각하여 좋게 보지 않았다. 일종의 조폭의 선발대라는 생각으로 무시했다. 쉽게 화를 내는 사람들은 성냥불처럼 자신의 안에 있는 화의 씨앗이 너무 강해서다.
자신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화를 달래는 훈련을 하지 않아서 그 씨앗을 점점 키워온 때문이다. 우리 마음 속에는 사랑과 연민, 질투와 분노 같은 희로애락의 원인이 되는 감정의 씨앗들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일상에서 수시로 나를 뒤돌아보며 알아차림이 제대로 되면 가장 먼저 나의 고통이나 불행의 원인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 안의 마음 속 화의 씨앗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외부의 다른 탓으로 돌리던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나 이외의 다른 것은 그저 상대적이고 부차적이거나 일시적인 감정의 원인일 뿐이다. 이런 통찰을 한 번이라도 하게 되면 점점 그 에너지가 강해지면서 화가 누그러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그냥 일어나는 화를 그대로 키워가면 지옥 속을 헤매게 된다.
나 자신의 화를 제대로 돌불 수 있게 되면, 화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고, 이들에게 관심을 쏟을 수 있게 된다. 내 마음 속에 일어나는 화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주위에 퍼부어면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고통스러워진다.
나의 통제되지 않은 감정적 격정으로 인해 애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퍼뜨리지 않으려면 스스로 화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을 응징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5분이나 10분만 밖을 한 바퀴 돌거나 내 마음 속 감정의 움직임을 바라보면 필요한 것이 응징이 아니라 도움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그 사람이 나의 사랑하는 아내, 자식, 혹은 동료일 수도 있다. 내가 돕지 않으면 누가 도와줄 것인가?
알아차림이라는 내 마음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내가 아니면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통찰적 생각을 하게 되면 응징하고 싶었던 마음이 연민으로 변하고, 상대를 용서하고 더 사랑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인가?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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