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뭐든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 있는 사람들이 그 소중한 것을 잃을 것을 걱정하여 지켜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흔한 것이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께 이루어가는 가정이 그렇다.
또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스스로의 자아나 영혼이 없다면 사람들은 오히려 어떤 일을 해도 '잃을 것이 없다'는 식으로 제멋대로 하는 것을 볼 때도 있다. 창조주 같은 신과 영혼이 있어야만 종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불교는 절대자인 신도 없고 영혼이 없어도 도덕적이고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이 인연에 의한 인과응보와 팔정도 같은 도덕률을 통해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종교가 될 수 있다.
더구나 불교는 생명을 보호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고귀한 인식이 자리잡고 있어서 실제로 도덕성이 더 엄격할 수 있는데, 이것은 철학적으로 이치에 맞는 불교적 교리로부터 도덕적으로 옳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간직해야 할 소중한 스스로의 영혼이 없더라도 오히려 무아에 대한 깨달음이 이타행으로 향하는 자비심을 불러오게 된다. 자비심은 뜨거운 감정이 넘치는 핫한 자비도 있지만, 이성을 바탕으로 하는 차분하고 쿨한 배려형 자비도 있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자신을 아끼고 먹고 자고 씻고 공부하고 일하고 배려하고 보살피는 행위를 계속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랑과 배려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아도 배려할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굶주리고 피폐한 삶을 사는 북한 인민들을 돕기 위해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 등 일상 생활과 관련된 지원을 한다. 이것은 그들을 정말 사랑해서라기보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그들의 건강을 배려하기 때문에 보살피게 되는 것이다.
사랑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그들의 생존을 위해 배려해야 할 한 민족으로서, 한 가까운 이웃으로서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따뜻한 마음 없이 배려심만으로도 때마다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게 된다.
변덕스러운 감정으로 기부한다면 오래 계속할 수 없다. 이런 이타행은 따뜻하거나 안쓰러워하는 감정으로 하기보다 차분하게 쿨한 판단으로 하게 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자비도 쿨한 배려와 보살핌의 한 단면이다.
뜨거운 사랑의 감정이 초래하는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전적으로 자유로운 깨달음을 느낀 사람들이 뜨거운 사랑으로 중생을 제도하리라고 믿는 것은 큰 오해다. 다른 사람을 향한 이해타산이 없는, 즉 이기심 없는 배려심이나 보살피는 마음이 바로 자비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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