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달밤에 길을 가다가 길에 놓여 있는 나무 막대를 보고 뱀이라고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껍질이 벗겨진 하얀 나무 줄기를 보고 유령이 나타난 줄 알고 신발이 벗겨진 것도 모르로 오던 길로 도망치치던 경험이 있다.
자라면서 나무막대와 나무줄기의 실상을 알고는 그런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불안의 본질은 모두가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 박힌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흔히 어떤 사람의 성향을 이야기할 때 방어적이라고 하면 , 그 사람의 삶의 태도가 이런 불안의 대상을 외부에 두고 그것이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게 막고 경계한다는 부정적 의미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고 상처로 아프지 않으려는 최선의 노력인 셈이다.
이런 무의식의 공격적인 충동이나 성적인 내용이 의식으로 올라오면, 의식은 견디기 어렵다. 누가 나를 무시하면 화가 울컥 치밀어 오르면서 복수해야겠다는 걷잡을 수 없는 충동을 느낀다. 적절히 제어되니 못하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실수를 저지른 후에 큰 벌을 받아 자신이 산산이 부서질 것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두려움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적절히 제어하는 것이 방어 기제이다.
이런 자기 방어의 본능은 많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영원히 두려움을 끌고 다니며 거기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뭔가 움직임이 있어 불안이 발생하면 자아는 적당한 방어 기제를 끌어들여 충동과 죄의식을 인식하지 않게 막게 되는 것이다.
그런 자신의 본성, 즉 진정한 자아를 깨닫게 된 덕분에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대상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해서 생긴 유령에게서 벗어나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신경 쓰지 않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두려움의 압박에 눌려서는 삶의 모든 과정을 두려움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즐거움이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제대로된 삶을 살아갈 수가 없다. 거기서 벗어나야 비로소 일상의 행복을 접할 수 있다.
방어는 병적 현상만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떻게든 평상심을 유지하려 느력껏 최선들을 다해 노력한다. 단지 건강하지 못한 방어 기제 사용은 무의식의 충동이 의식 표면으로 올라오는 것은 막을 수는 있겠지만 다양한 증상으로 변형되어 표현된다.
갈등을 겪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아 기능이 약하거나 퇴행이 심하면 미성숙하거나 신경증적인 방어 기제를 주로 동원하면, 다양한 증상으로 표현되거나 대인 관계에서 심각한 갈등이나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성숙한 방어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어 기제로, 똑바로 두려움 그 자체를 회피하거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며 두려움의 본질, 즉 나 자신의 자아가 만든 유령임을 깨달음으로써 사라지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현충일 주말 연휴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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