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감은 나와 자연 세상과의 관계에 대해 하나씩 이해하고 배우고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깨달음이란 쉽게 말해 나와 너, 나와 대상과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의 인과관계에 관한 본질적 문제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있음으로 해서 상대가 있게 되고, 밤이 있음으로 해서 낮이 생겨나게 된다. 내가 없다면 상대가 있을 의미가 없어지고, 밤이 없다면 낮과의 차이가 생길 필요가 없다. 불교의 십이연기가 그래서 생겨난다.
사람들의 선한 마음을 해치는 근본적인 3가지 고뇌가 있는데, 즉 탐욕과 노여움, 그리고 어리석음으로 불교에서는 이를 탐진치라고 하여, 탐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착, 좋아하지 않는 대상에 대한 반감과 혐오, 불쾌 등의 감정을 말한다.
탐과 진이 감정적인 측면에서 발생한 번뇌라면 치는 지적인 번뇌인 무지를 가리키며, 무명과 관련이 있다. 세상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세상의 참 모습을 바로 볼 수 없으며, 그것은 고통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원래 청정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보았는데, 이 탐진치의 세 독에 의해 청정함이 손생되면서 우리가 보는 수많은 번뇌와 고통들이 나타나고 괴로워하게 된다. 살아가는 동안 이 삼독에 갇혀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탐욕심을 버려서 청정한 마음, 평화롭고 자비로운 마음, 지혜롭고 밝은 마음이 우리의 본래의 마음임을 알고 이런 마음들을 키워 삼독을 극복하여야 한다. 그 방법이 바로 이것이 있을 때 저것이 생기는 이것을 없애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내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이것'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면 '저 고통'이 없어져 삶이 저절로 밝고 평화롭고 자비로워지고, 지혜롭워질 수 있다. 그런 삶의 궁극적 끝이 생사고락 윤회의 고리를 깨뜨릴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인연, 즉 연기는 쉽게 말해 이 세상 우주의 삼라만상이 모두 서로 조건지워짐으로써 생겨나고, 지속되고, 소멸한다는 의미다. 모든 사물이 조건에 의해 생멸한다는 의미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처럼 이 세상에서 원인과 조건 없이 생겨나는 것은 없다는 말이다.
이런 일반 상식이 인간 세상의 심리상태에서도 통한다는 것이 신기하고 신비롭지 않은가? 과학이 존재하지 않았던 고대 문명발달 이전 시대에는 신과 영혼처럼 고정 불변의 본질을 가진 실체의 존재를 기반으로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21세기 첨단과학기술 사회에서는 이런 상식적 법칙에 벗어나는 신앙의 대상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우주 삼라만상의 운동과 변화를 그것이 일어나는 원인과 조건의 상대 의존성을 이치에 맞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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