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각하던 겨울의 殘兵이 북상하는 봄의 尖兵을 기습하던 밤 철새들은 이미 먼 飛行으로 떠나 버리고 창백하게 스러지는 달빛 속으로하얀 비명 내지르며 꽃잎 結晶으로 다시 부서지는 별들 까맣게 빈 하늘은 속절없이 흐르다. 하얗게 무너져 내렸다. 이른 제 향기에 취해휘청거리던 매화 옛등걸엇갈리는 계절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굽은 등을 다시 꺽고 바람 아니 부는데흔들리는 꽃이파리 난분난분 自盡하는 純白한 낙화가 애처로웠다. 모가지가 잘린 동백이喀血하며 자지러졌나니 겨울속붉은 선혈 봄은 이미 그렇게 장렬하였다. 옥양목빛 화선지수묵풍경으로 세상이 배어나 사라졌던 길이다시 열리니 고립된 시간보다 웃자란 쓸쓸함이 그 길을 따라 비슷한 무리를 이루고 그 무리들이 더 큰 쓸쓸함을 찾아헤메고 있었다. 세상은 원래 廢寺의 浮屠처럼 적막하고 삶 또한 해짧은 겨울 길 나그네 일진데 사람들은 나름대로 거느린 쓸쓸함으로 뭉쳐알 수없는 敵意를 보태고 빛내며 짧은 안도속에 잠든다. 때로 어깨를 겯고 부질없는술을 마시며숙명같은 쓸쓸함을 애써 모른 척 하지만 세상은 새로운 쓸쓸함에 묻혀 더욱저물어 간다. 내 기약없는 謫流의 시간도하릴없이 흘러만 간다. *상춘대설부(上春大雪賦): 이른 봄의 큰 눈을 노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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