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나루치의 삶
옛 우리 동네는 동물 나루터가 있었다.
강 건너 구진포를 가기 위해서
꼭 건너야 하는 그 나루터,
동네 어른들은 그 나루터를
동물나루깨라 불렀다.
그 나루터의 나루치는
60은 넘어 보이는
서깨등이라 불리는 아저씨였다.
작달막한 키에 마른 체구
흰 합바지가 바래고 덧 바래
누런 색으로 변색되고
앗사! 양다리 대칭으로 걷어 올려
떨어진 검정 고무신이 유난히 빛나던
아저씨였다.
언젠가 울 엄마가 장날 사 온
떡이라도 하나 건네주면
눈은 저절로 초승달로 변했고
고르지 못한 누런 이빨들은
강물에 제멋대로 출렁거렸다.
그 나루치 아저씨는
마을 사람들을 1년 내내 외상 배를 태워 준 후
가을이면 가가호호 순회를 하며
아낙들이 배 삯으로 주는 곡식을
말수 적은 비들기처럼 구구구 받아
초로의 고독한 1년 양식을 했다.
우리는 가난했기에 쌀 대신 보릿쌀을 주면
그 나루치 아저씨는 되레 쌀을 퍼 주고는
쏜살같이 달아났다.
그 나루치 아저씨가 보고싶다.
2.
원통하고 분해서
이제는 대연이 성님까지 나를
변강쇠로 만든다.
슬프고 고단한 일이다.
이렇게 선량한 나루치를 어찌 파렴치로 모는가
원통하고 분해서 100년만에 내린
눈을 맞고 걸었다.
잠원역에서 이시벅짜리 이동윤외과 지나
성마니성 사는 시보억짜리 잠원한신 아파트지나
젤로 싼 꼴자기 한강아파트 우리집까지..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