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일찍 집에가서 저녁을 먹고 나서 가끔 창밖을 보니 함박눈이 펑펑 잘도 내린다. 눈속을 함 달려보기로 했자나. 난 '한다면 합니다.' 9시쯤 복장을 챙겨 입고 나갔다. 윗옷은 비닐로 된 비옷 비슷한거를 입고 모자도 썼다. 벌써 발목이 푹푹 빠진다. 아파트 뒷쪽 나무들은 눈꽃을 뒤잡어 쓰고 정말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마치 한라산 중턱에라도 와 있는 듯한 착각... 스트렛칭을 하는사이 머리위로 옷위로 눈이 쌓인다. 가로등 불빛에 사정없이 내려 꽃히는 눈줄기가 처연하다. 소담스럽기도 하다. 토끼굴을 나와 한강까지는 걸어갔다. 이제는 뛸 차례. 잠실 방향으로 뛰기 시작한다. 뽀드득 뽀드득이 아니라 발목까지 푹푹 빠지며 중심 잡기도 힘들다. 그래도 뛰어야 한다. 내가 누구냐? (누구긴 누구여~~ 암껏도 아니지..) 앞뒤를 둘러보아도 사람의 흔적은 아무도 없다. 길 위 올림픽 대로에는 주차장처럼 차들이 가득 들어차서 움직일줄을 모른다. 계속 내리는 눈이 안경에 달라붙어 앞이 보이질 않는다. 몇번 안경의 눈을 털어 내고 다시 뛰곤 했다. 탄천까지 가는데만도(3km) 평소보다 훨씬 더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돌아와야겠다.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폭설속 한강 둔치에서 40대 조난" 이 무슨 쪽 팔리는 야그냐.... 돌아오는 길엔 눈이 더 쌓였다. 내가 지나온 발자욱도 형체도 없이 덮여 버렸다. 점점 뛰기가 힘들어진다. 영동대교 부근에서 부터는 결국 뛰기를 포기하고 걸어 온다. 내리는 눈줄기는 여전히 얼굴을 사정없이 마사지 해주고... 신발도 젖고 장갑도 젖었다. 그 좋은 날 다 놔두고 왜 이런날 날구지를 하는지 모르겠다. 평소 자주 보던 나무들이 숲이 완전히 낯선 모습이다. 아피트 뒤 숲속 오솔길은 마치 영화속 한 장면같다. 어느세 아이들은 자기덩치 보다 훨씬 큰 눈사람을 몇개나 만들어 놓았다. 2004년 3월 4일. 서울의 밤은 100년만의 3월 폭설에 조용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피에쑤)오늘 점심에는 눈쌓인 삼청공원을 다녀왓습니다.평소에 다니던 삼청공원이건만 눈이 잔뜩 샇여 있으니완전히 별세계에 온것 같더군요.우리네 세상살이도 이렇게 가끔은 색다른 옷을 입고 보면완전히 달라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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