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곧 발간 예정인 책의 일부내용입니다. 심심하실 때 맛보기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징크스(Jinx)’는 원래 고대 그리스에서 마술에 쓰이는 새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현대에 와서는 “그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뭔가 불길하고 꺼림직한 징조나 사물”을 가리키는 용어로 보통명사화 됐다.
사람들의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식시장에는 투자자들의 경험적 사실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징크스가 있다. 이런 징크스들은 인과관계가 성립되는 것도 있지만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미신에 가까운 것들도 더러 있다.
1) 미니스커트 이론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징크스는 단연 “미니스커트 이론”이다. 1920년대 미국에서는 젊은 아가씨의 스커트 길이와 주가를 연결시킨 분석이 나온 적이 있었다. 젊은 여성들이 미니 스커트를 입기 시작하면 주가가 상승한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인데 특히 도시지역에서 3%이상의 부녀자들이 새로운 패션의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주가는 더욱 올라간다는 관찰 결과가 나왔다.
치마 길이가 짧아지면 짧아질수록 주식시장은 강세를 나타내고 긴 치마를 입기 시작하면 시세는 하락한다는 이 이론을 사람들은 “상승시장과 미니스커트 이론”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미국의 투자분석가 아이라 콜블레이는 이 이론을 입증한 적이 있다. 미국 여성들이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긴 치마를 입고 다니는 것이 유행했던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까지는 증시가 약세를 보였으나 1930년대 직전까지 치마길이가 계속 짧아지면서 주가가 강세를 지속했다는 것이 그의 연구결과이다.
그는 미국증시 최대 폭락사태의 하나로 기록된 1987년 10월의 이른바 ‘블랙 먼데이’사건도 치마길이와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1987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미니스커트가 유행했지만 하반기 들어 갑자기 긴 치마로 유행이 바뀌면서 10월의 대폭락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것은 경기가 살아나는 것을 반영하여 그만큼 사회분위기가 밝고 활기에 넘친다는 증거의 하나이므로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미니스커트 이론”의 사회심리학적 해석이다. 반대로 경기가 후퇴하고 사회분위기가 침체되면 여성들이 미니스커트처럼 튀는 복장보다는 점잖고 무난한 긴 치마를 선호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니스커트 이론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었다. 1930년대 이후에는 정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다가도 아가씨들이 일단 허벅지가 드러날 정도로 짧은 스커트를 입기 시작하면 급락했고 다시 긴 치마를 입으면 주가가 반등했던 것이다. 증권전문가들은 당시 이러한 현상을 “하락시장과 미니스커트 이론”이라고 명명했다.
이러한 이론은 물론 경험적 사실을 거치는 것이지만 실제로 치마길이가 주가와 상관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시적인 사회현상을 근거로 주가의 등락을 설명하는 이론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쩌면 더 불가사의한 것일 수도 있다. 더구나 똑 같은 현상을 두고 정반대의 이론이 나와 헷갈리게 할 정도니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망할 놈의 미니스커트 이론”이라고 부르며 투덜댔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2) 넥타이 이론
여성의 미니스커트 이론에 필적할 만한 것이 남성들의 “넥타이 이론”이다. 남성의 넥타이 넓이가 주식시장의 추세를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지표라는 것이다. 만약 단시간 내에 절대다수의 남성이 모두 폭이 넓은 넥타이를 매면, 주식시장이 하락할 확률이 80%정도가 되고 반대로 가는 넥타이를 맨다면 주식시장은 상승할 가능성이 80%정도 된다는 이 이론을 사람들은 “넓이이론”이라 불렀다.
3) 구두끈 정리
주가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생태경제학에는 구두끈이 길면 국민소득이 높고, 구두끈이 짧으면 국민소득이 낮다는 내용의 이른 바 ‘구두끈 정리’라는 것이 있다. 경제학상의 통계적 법칙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맹점을 지적할 때 쓰는 말이다. 하긴 구두를 신지 않고 대부분이 맨발로 다니는 나라는 모두 소득이 낮은 가난한 나라들일 것이 분명하니 이 정리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 어떤 개연성이나 선험적 인과관계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어쨌든 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그렇긴 그런데 왜 그런지는 모른다.”는 것을 얘기할 때, 이 “구두끈 정리”를 인용한다고 한다.
경제가 공황기에 빠지면 드라큘라 영화나 소설이 인기를 끌고, 여자들의 치마 길이도 짧아진다는 이론도 “구두끈 정리”로 설명할 수 있다. 드라큘라라는 소설 자체가 인기를 끌어서 다시 써지고, 영화화 된 것이 바로 대공황 이후의 침울한 시대를 반영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증명할 길은 없다.
미니스커트도 마찬가지다. 미니스커트가 등장한 것이 대공황 전후라는 주장도 있고 여성인권 신장과 몇 가지 다른 현상이 결합해서 미니스커트가 등장했다고 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어느 주장이 옳은 지 현재로서는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대공황기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만은 사실이다.
4) 아스피린 수량이론
인류의 의약발달사에서, 아스피린의 발명은 무수한 병자들을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켰다. 그러나 아스피린 발명가를 더 놀라게 한 것이 있다. 어떤 투자자가 아스피린 생산량의 변화를 주가예측에 이용하여 큰 돈을 번 것이다. 만약 어느 해에 미국의 아스피린 생산량이 대폭 증가한다면, 1년 후에 주가는 폭락하고 이와 반대인 경우에는 1년 후에 주식시장이 급등한다는 이른바 “아스피린 수량이론”은 그 정확한 예측력으로 많은 투자자들에게 오랫동안 큰 반향을 얻었다. 하긴 경제가 어려울수록 골치 아픈 일이 많을 것이니 아스피린의 수요도 증가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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