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9시경, 지금껏 악착같이
함께 사는 아줌마가 무슨 전화를 한참 받더니
(당시 우리집엔 TV를 안 켜고 있었음)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약간 숨이 차 오른 듯
몸도 아픈 사람이 말까지 더듬거리며
손에 무슨 하얀 종이쪽지를 들고는
봄볕에 움트는 새싹처럼 온 몸을 파르르 떨더니
어~어, 어쩌면 또 금방 울기라도 할 듯
그 모습 바라보는 나까지 숨은 점점 가빠 오는데
아이쿠야, 세상에.... 로또 2등 됐단다.
느닷없이 며덕은 들어 올 테고
까짓 세상살이 이젠, 금빛 출렁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시벅짜리 아파틀 내 팽게치고
나도 한번 오시평짜리 살아 볼꺼라고
그래서 나 아는 모든 벗님들 중처리 형님처럼
다 부를 거라고
어느 복권 명당에서 친구와 함께 1만원주고
로또를 샀는데
방금 그 친구가 전화로 번호를 불러줘서 맞추어 보니
세상에 이럴수가
보너스번호까지 여섯게 맞았단다.
내 간담은 일 순간 서늘해 지고
지지리도 밉게만 보이던 마누란 왜 그리도 공주 같던지
어서 줘봐, 쪽지좀
그랬더니 세상에 이게 뭐냐고요.
1만원주고 샀다는 로또 번호쪽지에 빨간 볼펜으로
금방 나온 햇구슬처럼 동글동글하게
아니, 옆 번호 다칠세라 좁은 간격 이쁘게도
A줄부터 E줄까지 다 합쳐 여섯 개의 번호가
붉은 띠를 두르고 가만가만 웃는데
아뿔사!
번개보다 더 빨리 오시평 내 아파트
맨하탄의 폭격처럼 사라져 버리고
C번줄에서 상금 1만원자리 3개의 숫자가 맞았음을
확인해 주고는 앞으로도 그렇게 순진하게 살지 말라고
성만이 성님 버전으로 “누구 엿 먹이냐고..”
얼마나 미련한 곰이면 그렇게도 모르냐고
로또 광풍이 휘몰아 친지가 벌써 언젠데
아직도 그걸 모르냐고
하늘은 깜깜해지더니 밤새 비가 내렸다.
아침까지 그 여운은 남아
그러니 당신 데리고 사는 내 팔자가 고단하다고
그랬더만 화를 냄서 “야! 이 바보 남자야,
그래도 세 개는 맞아 본전 했으니 담주를 기둘려라.”
여러분! 더 데리고 살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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