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 사회서 신체·정신 ‘강철 단련’
뜻만 앞선 오버페이스 되레 부상만
초심자는 클럽 들든지 10km부터 “출발”
-달리기 자체에 어떤 매력이 있다는 것인가.
=인간이 하고 있는 취미활동 중에서 걷기와 달리기 만큼 모든 사람들이 할수 있는 것도 없다.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건, 목발을 짚건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앞으로 나아갈수 있다. 야외든, 운동장이든, 둔치든, 헬스클럽의 트레드밀 위에서든 규칙적인 달리기(걷기)는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즐기며 할수 있다. 또 규칙적이라는 것은 일정한 주기로 반복적인 운동을 하는 것인데, 이 자체가 리드미컬하게 심장을 자극하면서 기분을 전환시키고 건강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마라톤 대회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지방정부가 앞다퉈 마라톤대회를 개최하는데 애초의 목적을 상실하고 있지는 않는가 우려된다. 참가자의 입장에서 건강 증진과 비용 절감 등을 생각해야 하는데, 대부분 수익사업용 성격이 짙다. 게다가 요즘 모든 대회에 상금이 생겨났다. 이러다 보니 아마추어 동호인들중 잘 뛰는 사람들이 모여 클럽을 만들고, 이들은 내부에서 아예 출전대회를 할당하기까지 한다. 아마추어의 순수성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상금을 없애고, 과메기 한 상자라든지, 미역 한 꾸러미라든지 지방 특산물을 상품으로 내건다면 지방 홍보와 마케팅도 되고, 참가자의 비용을 줄일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지자체가 마라톤대회 개최에 뜻이 있다면, 해당지역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참가비를 거둬 수익금으로 지방스포츠센터 건립 등 공익사업에 활용한다든지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언론사 주최 마라톤대회도 반성할 점이 많다. 참가비 인상을 선도하는게 언론사들이었다. 결국 지금 지방대회의 참가비가 오르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과열경쟁도 문제다. 언론사라면 한국 마라톤의 전체적인 발전방향에서 대회를 구분하고 비전을 제시해나가야 한다.
-부상을 당하지 않고 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마라톤과 부상의 관계는 밀접한데, 예방책은 없나
=욕심을 버리면 된다. 다치는 사람 치고 많이 달려본 사람은 거의 없다. 많이 달려본 사람들은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얘기와 같다. 부상이라는 것은 몸과 마음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이 두가지가 사이좋은 커플처럼 서로를 존중해주고 양보도 해야 한다. 예컨대 마음의 뜻(의지)이 가부장제의 어른행세를 하듯 몸에게 ‘내가 주인이니까 무조건 따라와!’라고 강요하니 부상이 생기는 것이다. 또 생활이 바쁘다 보니 주중에 연습을 못하다 주말에 1주일치의 연습량을 한꺼번에 해치우다 보면 다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혹자는 속이라도 후련하니까 이런 방식으로 하는데 결코 오래 갈수 없는 방법이다.
-마라톤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 있는 괜찮은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다. 안전하게 배울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클럽 안에 트레이너가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수 있다. 이게 안되면 인터넷이나 책에 나와 있는 10㎞ 달리기 프로그램 등을 골라 자기 상황에 맞게 적용해나가는 것도 좋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내가 왜 달리려고 하는지, 초심을 잊어버리면 안된다. 장거리 달리기의 요체는 ‘조금씩 자주’다. ‘조금씩’이라 것은 1주일에 10% 이상 거리를 늘리지 말라는 것이며, ‘자주’라고 하면 1주일에 3~5회 정도 뛰라는 얘기다. 이 원칙만 지키면 부상 없이 자기 체력에 맞게 잘 달릴수 있다. 요즘 하프마라톤을 뛴 뒤 바로 언덕 훈련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곧바로 부상이 오기 십상이다. 지구력 훈련만 꾸준히 잘 해도 자신의 마라톤 기록을 10% 이상 단축할수 있다.
글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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