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하천 둔치나 학교 운동장, 육상 트랙 등 뛸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수 있는 계절이 돌아왔다. 따뜻한 남쪽 지방에선 지난달부터 수천명에서 1만여명이 달리기 대회에 참가해 국민적인 ‘마라톤’ 열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국내 한 마라톤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린 2003년 마라톤대회 숫자를 헤아려보니 220여개나 된다. 한달 평균 18개 정도의 대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셈이니 뛰고 싶은 사람에겐 한국이 ‘달리기 천국’처럼 느껴질법 하다.
하지만 마라톤을 많이 뛰어본 사람들은 달리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이미 올해 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 완주 경험이 있는 2명이 경기 도중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렇듯 힘든 마라톤 대회에서 남을 보살피며 함께 달리는 의사마라톤 동호회 ‘달리는 의사들’은 마라토너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대회가 열리면 이들은 무리들 틈에서 소형 구급가방을 허리에 두른 채 적십자표시의 조끼를 입고, ‘달리는 순찰대’(레이스 페트롤) 자원봉사를 한다. 수많은 대회가 열리면서도 응급구호체계가 부실한 국내 마라톤 환경에서 이들의 구실은 ‘등대의 불빛’처럼 소중하기만 하다. 경기 중 갑자기 쓰러지는 주자들을 응급조처하고, 대회 주최쪽에 신속한 연락을 취하는 것부터 가벼운 부상자의 보호에 이르기까지 마라토너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는 게 이들의 주요 임무다. 창립 4돌을 맞는 이 모임의 이동윤(51) 회장을 만나 국내 마라톤 열풍의 현주소와 문제점, 대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불어닥치고 있는 마라톤 열기를 어떻게 봐야 하나.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전 공동체가 붕괴되면서 핵가족화가 급속하게 진행됐다. 모든 분야가 과학화와 더불어 전문화·세분화가 추진됐다. 한국도 경제개발과 함께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쪼개지기 시작했고, 이젠 한 가족 안에서도 나홀로 문화가 심화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구성단위가 극도로 세분화되면서 동시에 나타난게 불안함이나 외로움이다. 이런 심리적인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수 있는 명상이 필요하다. 달리기는 명상을 위한 최적의 운동이다. 우울증도 달리기로 치유할수 있다. 정신적인 안정과 만족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에겐 달리기가 최고일수 밖에 없다. 특히 한국에선 외환 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극도의 어려움에 처했었고, 달리기를 통해 혼자 생각할 기회를 찾게 됐다. 여기서 자아를 발견함으로써 인생 제2막을 멋있게 열어 제낀 사람들도 많다. 지금까진 조직사회의 톱니 노릇만 했는데, 이젠 톱니바퀴의 축에서 자신을 생각하면서 정신적으로도 강해질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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