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의식
아직도 가을인 줄 알고
문을 여니
쇠창살처럼 주룩주룩 서 있다
야, 이 고드름아 저리 비켜라
저리 좀 비켜라
노 오 란 은행잎은 누가 쓸어 갔느냐
누워하는 말이 힘이 있겠는가
끊기는 말, 토막 난 말,
문지방도 못 넘는 말,
고드름은 저 홀로
딴전 피우듯 한나절을 녹더니
처마 끝이 환하다
언제 가을은
겨울을,
문 밖에 세워 놓고 도망갔을까
아침이면 또 창살 드리워질
겨울 산 문밖
이제 그만 억지 쓰고
등창에 괸 고름 함께 썩어
노오란 가을 빛 고여 있을 것만 같은
산 문밖으로 떠나야겠다
머잖아 봄 날
진토되어 한 줄기
은행잎을 밀어 올리어야 겠다
못 쓴다 비웃어도
용기내어 자구 쓸란다.
많은 가화를 날리다 보면 언젠가 진화는 핀다 했다
어쩌쓔, 째라~배 어른.
늘 어르신의 고견에 감사를 느끼우.
택도 없지만 등단하는 날 뻐근히 한턱 쏘리다.
주저말고 사정없이 좀 패 주우.
옛말에 두는 놈보다 훈수꾼이 더 발 본다 했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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