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속의 한 여름 녹색 세상은 흥미롭고 새롭고 신비하고 아름답다. 많은 사람들이 녹색을 찾아 산과 들로 나가지만 일시적인 흥미와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깊이 파고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숲속에 들어가거나 숲길을 걸어도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푸른 세상에 처음 발을 내딛는 사람들은 벌레나 동물들이 있거나 물리지 않을까, 풀잎, 나무 가시에 찔리거나 뿌리를 잘못 밟아 미끄러질까 걱정한다.
주위에는 오로지 푸른 녹색 식물들뿐이다. 그곳에 사는 수많은 식물이나 동물들이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했기 때문이다. 나뭇잎에는 색깔이 거의 비슷한 손톱만 한 청개구리들이 앉아 있지만 잎을 한참 들여다봐야 그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다.
메뚜기, 날벌레, 거미, 개미들도 나무 껍질이나 가지의 일부처럼 보인다. 뱀은 검은 바위나 나뭇가지에 가만히 누워 바위나 잔가지로 위장하여 일광욕을 하고 있다가 땅에 흩어진 낙엽들 속으로 완벽하게 자취를 감출 수 있다.
숲속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을 그런 미묘함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겉모습만 대충 보고 지나가게 된다. 그러나 자주 관심을 가지고 접하다 보면 이 세계에도 여러 가지 변화와 삶의 모습들을 배울 수 있다. 일종의 생명에 대한 깨달음을 느끼게 된다.
그때까지 내 눈을 가리고 있던 막이 걷히면서 나를 둘러싼 수많은 생명들의 존재를 확연하게 알라차리고 깨닫게 되는 느낌은 가야말로 벅찬 깨달음, 바로 그것이다. 우리 부모님들은 이런 자연의 풍성함을 얼마나 강렬하게 느끼고 받아들였을지 알 것 같다.
나 자신도 숲속에서는 나 자신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초목과 야생동묵의 무한한 다양성과 적응방식, 각각의 섬세한 차이와 변화를 드러내는 자연의 놀라운 색채, 나를 감싸는 부드러운 겉옷처럼 언제나 기쁨을 주는 모든 생명들의 에너지를 느낀다.
자연 속에서 나는 소리와 냄새, 녹색과 노랑색 황혼의 저녁노을, 따스한 습기를 받아들이고, 그 아주 친숙하지만 늘 신선한 낯섦을 안겨주는 모든 생물의 강력한 삶 속으로 뛰어드는 멋진 기분을 즐긴다.
녹색 세상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이런 끝없이 일어나는 재발견들 때문이다. 70년이 다되도록 탐하고 있지만 아직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그 신선하면서도 신비하고, 단순 명쾌하면서도 섬세하기 그지 없는 숲이 바로 그렇다.
내가 온전한 한 인간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이런 숲속의 은밀한 영혼들 덕분이다. 햇빛이 쏟아지거나 비가 퍼부어도 숲속에는 항상 왕성한 생명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고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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