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29] 무색무수상행식(無色 無受想行識); 오온이 없다: 내 자신의 존재를 깨달아야 하는 이유다
경전을 많이 읽으면 성불한다면 녹음기가 성불을 해야 하고, 잘 따라하면 성불한다면 앵무새가 성불을 해야 한다는 농담이 있다. 성불은 오로지 나 자신의 눈, 입, 코, 귀, 피부, 과학, 문학, 예술, 신행, 철저한 논리, 섬세한 감성 등의 여행을 통해 반야바라밀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반야심경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부정(無)의 경전이다. 무색(無色), 무수상행식(無受想行識), 무지(無智), 역무득(亦無得)에 이르기까지 13번에 걸쳐 명사와 형용사, 동사 앞에 무(無)자가 끊임없이 놓여 있다.
“없을 무(無)자와 함께 있어야 할 글자가 한 자 있다면, 머금을 함(含)자 또는 함 함(函)자가 생략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시고공중무색(是故空中無色)에서 무색(無色)이 한 번 지나가고 나면 바로 표현되어야 할 것이 함색(含色 또는 函色)이다.
즉 공 속에서 색이 없지만(無色) 공 속에서 색(色)이 은근히 담겨(函) 있거나 색(色)을 은근히 머금고(含) 있다는 의미다. 인생은 모의실험이 불가능하고, 줄거리 설정이 불가능하고 사랑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도 반야의 여행만큼은 확실하다.
오온이 '없다'고 하여 일상 생활 중에 마주치는 모든 것이 전부 없다고 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없음 중에 은근히 포함되어 있는 것이 바로 오온이다.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깨달아 알면 어느 곳이든 막힘이 없어진다. 경계에 매달리거나 집착하기 때문에 전혀 알 수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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