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28-3] 시고공중(是故空中): 그러므로 공(空)은 깨달음이다: 흙탕물에 젖은 신발을 벗으면 모든 것이 벗어진다
천지가 아무리 크고 광활해도 씨앗은 왜 허공에서는 발아하지 못하며, 음과 양이 아무리 묘하다고 해도 남자가 없으면 자식은 태어나지 못한다.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허공에 마른 채 있어서는 안 되며, 땅의 흙에 젖어야 하고, 경계에 붙어 있어야 한다.
남자 없이 자식을 낳지 못하는 이유는 안이 비어 있어 싹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공의 자리는 본래 털끝만한 것도 세우지 못하므로 아주 조그만 티끌이라도 있으면 그것은 참된 진공이 아니다. 진흙탕물에 젖은 신발을 벗어 버리면 그 안의 발을 분명하게 볼 수 있는 이치다.
아무리 조그만 먼지라도 눈에 들어가면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꽃이 어지러이 떨어진다. 그런 조그마한 생각, 어디라도 걸리는 생각이 있으면 천 리 만 리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이다. 금 부스러기가 아무리 귀해도 눈에 들어가면 병이 된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반야바라밀은 반야바라밀이 아니니 그 이름이 반야바라밀이다."는 말을 쫓아갈 것이 아니라 보고 듣는 바로 그 곳에서 의미를 바로 보아야 제대로 지혜롭다 할 것이다. 진공에는 티끌도 세울 수 없으므로, 아무리 작은 먼지라도 있다면 그것은 진공이 아니다.
세상 현장은 옳다 그르다, 있다 없다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자리이다. 그 자리에서 잘 하는 것은 순간순간을 잘 살아내는 것일 뿐, 옳다 그르다고 싸울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면 요즘 정부처럼 문제의 핵심, 즉 진정한 의지를 꿈에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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