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함으로써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거나 끝내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을 나타낸다는 말은 자신의 존재를 주위에 인식시키는 것, 불교적으로는 존재감으로 자성을 보여주는 과정이 삶이다.
자성이 없다는 것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물이 존재하되 그것을 그것이도록 만들어 주는 본질적인 내적 본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존재감은 특성과 본질, 또는 자성과 의미가 상통할 수 있다.
우리가 글을 쓰는 펜이 있다. 그 펜을 펜이게 만들어 주는 본질, 내적 본성, 또는 자성은 모양도, 사용하는 잉크도, 특정한 재질도 아니다. 어느 것 하나 펜을 펜으로 만들어 주는 자성은 아니지만, 펜을 펜이게끔 만들어 주는 불변의 외적 본성 또한 없다.
다시 말해 펜은 내가 필기도구로 사용하는 등의 특정한 상황과 외적 관계를 맺고 있을 때만 펜이다. 암살용 독극물을 넣으면 무기가 되고, 금으로 아름답게 외장하면 멋진 예술품이 되는 등 전혀 다른 물건이 되고 만다.
결국 펜을 펜으로 만들어 주는 내적 본질도, 외적 관계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펜은 안과 밖으로 공허하다. 즉 공하다는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자동차, 바위, 물, 안개, 구름, 새, 의자 등 일상의 모든 사물에 그대로 적용된다.
자동차를 자동차로, 구름을 구름이 되게 만들어주는 내적 본성으로서의 자성이나, 또 불변흐는 외적 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우리가 살아가면서 접하는 어떤 사물이 불변의 존재감인 자성 또는 본질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교의 공(空)에 대한 관점이 여러 사물에만 적용되는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공은 이 세상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가르침이기 때문에 존재 영력의 일부를 구성하는 우리 스스로에게도 그 관점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나 자신을 스스로 나이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만약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나의 본질, 나의 자성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나 또한 다른 모든 사물처럼 자성을 결여하여 공할 수밖에 없다.
임 없이 변하는 물질적 자아인 육체, 생각, 마음과 비교해 절대 변치 않는 가장 내밀하고 초월적인 자아인 영혼으로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다른 사물에 적용되는 공의 가르침을 나 자신에게 적용하면 자연스럽게 무아에 대한 배움을 얻게 된다.
영혼이나 생기를 의미하는 진정한 나인 아트만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그 반대의 논리도 가능하여, 스스로의 본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아론으로부터 다른 모든 만물에도 마찬가지로 본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법무아의 논의도 도출해 낼 수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다함께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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