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누구나 죽음의 공포를 느낄 때가 있다. 생명이 있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라 생각된다. 집중된 지적 활동 다음에는 직관적인 마음이 들어서서 갑자기 깊고 분명한 통찰을 얻게 된다.
당나라로 유학가는 길에 가야산 굴 속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심한 갈증으로 너무나 맛있게 마신 물이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이었음을 다음날 아침에 안 순간 깨친 많은 기쁨과 환희를 가지고 유학을 그만두고 돌아온 원효스님의 이야기도 같은 의미다.
죽음 앞에서는 '나'라는 존재도 '지위나 직업'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생각과 감정과 몸의 감각기관에 의해 움직이는, 언젠가 썩어 없어질 살점이 붙은 뼈만 있을 뿐이다. 계속해서 깨어 있는 의식을 잡아당겨 심오한 공을 체험하는 것이다.
직장에서, 인간관계 속에서, 또는 학교에 가는 아이를 배웅하면서 날마다 불확실성과 집착과 혐오뿐만 아니라 충분한 공포를 경험한다. 문제는 '누가 공포를 경험하고, 누가 불확실하고, 욕망과 질투와 혼란, 외로움과 절망이 어디에 머무는가?'이다.
엄마, 아이, 직원, 사장 등등의 다양한 정체성들을 어디서부터 와서 우리 마음에 머물렀다가는 다시 또 어디로 흘러가는가?라는 지적인 이해는 지도를 읽은 독도법과 같은 것이다. 지도는 내가 가야 할 곳과 그곳에 도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렇지만 지도는 여행이 아니다. 사물을 점점 더 작은 부분으로 쪼개 나가며 무상과 상호의존성을 인정하는 것이 공에 대한 지적 이해이며, 그런 과정에서는 발이 나 자신일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하지만 그런 생각 또한 인생 여정의 첫 단계일 뿐이다.
살아가면서 발견해야 할 '나'라는 상자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지속적으로 투명한 의식과 텅빈 공의 상황을 체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이런 점진적인 영적 성장이 과정이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점점 더 깊은 차원의 자각을 발견하는 기회임을 깨닫게 된다. 본래부터 무한한 것에 어떤 한계를 덧씌우기보다 관념들을 깨부수고 순간적이라 할지라도 순수 자각과 결합된 텅 빈 공의 직접적 체험에 이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나'와 '나의 것', '그들'과 '그들의 것', 그리고 때로는 무섭기도 한 '실체'에 대한 매우 견고한 관념들까지 바라볼 수 있으며, 그들에 대한 집착을 부수면서 나 자신의 심리적 감정적 습관들에 제한받지 않는 자유라는 순수 자각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순수 자각 그 자체보다 내가 나 자신이라고 믿고 있었던 자각을 통과하는 생각과 감정들이 만들어 나를 감싸고 있던 나 자신의 한계에 대한 오해와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두려움을 탄력적으로 마주할 수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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