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 보면, 나보다 더 큰 누군가가 혹은 무엇인가가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들을 때가 있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들과 몸으로 느껴지는 기분들을 주시하면서, 다름 사람들도 모두 같은 생각과 기분들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고통에 대해 생각하면 나 혼자 어떤 문제로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들이 아무런 이익 없이 겪게 될 슬픔이나 근심, 불안과 걱정 등 모든 것에서 그들의 기분이 나아지기를 바라게 된다.
괴롭고 힘든 인생은 나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공통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보고 깨닫는 관찰자로서 내 몸과 마음을 통과하는 기분과 생각을 주시하면서 드는 깨달음이 이보다 더 큰 존재가 함게 있다는 자연스러운 인식이다.
그것은 바로 생각과 감정과 신체적 느낌에 의해 방해받지 않으면서, 좋고 나쁘고를 판단하지 않고 단지 그것들 모두를 바라보고 관찰하는 의식의 현존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지도 않지만, 그것의 이름을 생각해 낼 수 없는 상태다.
내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민간 사회에서의 일반적으로 확실하게 열려 있는 의사 생활을 떠나 군에서 장기복무하겠다고 결정하고 군에 갔을 때 느끼든 생각도 비슷했다. 눈앞에 보이는 큰 이익과 욕망을 버릴 때 느껴지는 세상의 큰 공간 같은 것이다.
그런 큰 공간을 바라본다는 것은 순간적으로 바라보는 나와 보는 행위, 그리고 보이는 세상이 모두 하나다. 큰 뭔가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현존하는 의식으로서의 나였다는 생각이다. 그런 나가 공직 기간 동안 욕심과 욕망을 버릴 수 있는 힘이 었다.
대학 때 수직 암벽 사이 크레바스를 짐을 지고 건너 뛰다 잡은 건너편 바위의 홀더가 부식되어 떨어지는 통에 수직낙하하면서 '아 이래서 죽는구나!' 생각한 순간 느낀 넓은 세상의 순수 평온함 같은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나"로 표현되는 순수관점이다.
언어 장애인들은 사탕의 달콤함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그것을 말로 설명하거나 표현할 수 없을 뿐이다. 갑자기 광활한 풍경이 펼쳐질 때 그곳에는 단순히 바라봄의 자각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 한 순간 어떤 관념이나 생각이나 느낌의 개입은 없다.
다만 보는 사람과 보이는 것과 보는 행위 사이에는 아무 구별이 없는 것이다. 길 가다가 위험에 처한 사람을 봤을 때 도움의 행동을 하기 전까지 몇 초간의 보고 있는 사람과 보이는 대상과 본다는 행위에 대한 어떤 관념에도 매여 있지 않는 것과 같다.
이 몇 초 사이에는 단순히 순수 자각만 있을 뿐, '이곳'이라든가 '지금'이라든가 '이곳' 또는 '저곳'을 초월한 무념무상의 열려 있음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런 공의 체험은 어떤 언어에도 들어 맞을 수 없기 때문에 설명이 어려울 뿐, 변할 수 없는 나의 순수 자각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