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없이 받는 도움은 당연한 의무이지만, 고맙다는 인사는 당연한 예의다
우리 삶은 항상 어는 정도의 무모함을 수반해야 할 때가 더러 있는데, 그런 경향은 개인의 성격과 더욱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그런 무모함이 다른 사람들을 웃게 하거나 감탄하게도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일상에 줄 피해를 알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담배를 피우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담배가 자신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삶의 질을 악화시키며, 그런 상황들이 결국은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잃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내가 서 있는 곳이 지도상 어느 좌표이건 간에 내 인생에서의 가장 중요한 지점에 서 있으며, 지금 현재 내가 뭘 찾고 있는지는 몰라도 뭘 쫓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삶과 사랑과 웃음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해답을 모른다는 것조차도 모르지는 않지만, 그냥 여기 왔으며 서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 지역이나 일이라 해도 거기로 가거나 보호받을 수도 있으며, 배가 고프면 음식을 사주는 기족같은 사람도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그들의 눈에서는 도와주겠다는 의지 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이 미지의 장소에서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기회가 전해주는 첫 선물이다. 미소를 주고받으며, 인생의 협상장으로 나를 데려가 원래보다 좋은 조건으로 거래를 성사시킨다.
지독한 피로와 연신 생겨나는 불안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 지고 있는 짐들을 잠시 내려놓고 그 사람에게 온몸으로 감사를 표할 줄 앙아야 한다. 새롭게 생긴 둥지에서 다시 세상으로 나가 식사를 해결하고 아무도 사고 싶어하지 않은 것같은 가게들을 둘러본다.
사람이나 차들이 서로 가기들끼지 빨리가기 경쟁을 하듯이 내달리는 세상 한 가운데 나 혼자 덩그러니 서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해본 적이 없지만, 지금 현재는 어찌되었던 그런 내가 되어 미지의 세상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다.
새로운 시간에 새로운 지역을 지나갈 뿐인 나같은 사람은 그곳의 다른 사람들의 동정과 호의만이 아니라 누구와도 교류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양손과 등에 가득 들고 짊어진 채 무표정한 모습으로 자신의 앞만 바라보고 달려간다.
나는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내기도 하며, 그들의 그런 태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음을 알고 있다. 내 삶을 즐기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니까 말이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마음 씀씀이가 그들의 마음 씀씀이에 비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모르긴 해도 어떤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는 내 상상을 훨씬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그 대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어깨에 손을 얹고 부드럽고 꾸밈없는 목소리로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가을 10월 마지막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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