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며 88234하기 위한 여정은?
내년이면 만 70살이다. 70살은 내가 젊었을 때는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나이이다. 우리 집안은 남자들이 대부분 일찍 돌아가셨다. 내 어릴 적 꿈이 내가 아버지보다 하루라도 오래 사는 것이 제대로 된 부모에 대한 효도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이제 40대에 들어선 딸이나 아직 30대인 아들들의 눈에는 70살은 어떻게 보일까? 요즘은 백 세시대라서 나만큼 그렇게 감동스럽지는 않을 지도 모른다. 70세라면 그냥 새로운 40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든 아침 안개 속에서 한강가를 달리거나 아들들과 산을 달리는 나는 늙었다.
우리가 흔히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것들, 머리가 흰색이나 회색으로 변했고, 등이 약간 구부러져 있고, 간혹 무릎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청력이 떨어져 자주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노인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싫다. 그것은 사회의 잘못이다.
내가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주말 암사동 고갯길 왕복 장거리 달리기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잘한 결정인 듯하다. 잠원동에서 정확하게 32km이다. 어떤 때는 고갯길 막바지에 숨이 화물열차처럼 헉헉거리고, 다리가 들어 올려지지 않아 고군분투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달리기 자세로 올라간다.
나는 지금도 주말 암사고갯길 왕복장거리 달리기를 좋아한다. 누군가는 내가 하는 일을 우습거나 괴팍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가능하면 이 주말 장거리 달리기 전통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 내 의지를 확인하고 동기부여를 받는 시간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살아있는 동년배들은 줄어들고, 그 중에서 언덕을 달리는 사람은 더더욱 많지 않겠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마라톤 대회에서도 칠마회, 팔마회 같은 7,80대 마라토너들의 모임이 있다. 내 친한 갑장 친구들끼리 하는 용띠 마라톤 모임도 있다.
장거리 달리기는 아침 저녁 하는 몸풀기 스트레칭이 아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노인 주자들을 자주 보지만 단지 소수에 불과하다. 사실 미국 'Running USA'의 '2019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로드 레이서의 4%만이 65세 이상이며, 그 숫자는 10년마다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도 많은 주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운동화를 벗지만, 나는 여전히 계속해서 나의 발걸음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 km 당 시간을 유지하고, 그런 것들을 아이들에게 기록으로 남겨주도 싶다.나는 항상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이 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다.
그것을 아버지인 내가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도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자선 마라톤 대회를 통해 공동체에서 힘들어하는 소아암 환자와 같은 약자들을 응원한다. 모두가 더불어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야 할 우리 사회의 일원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가 상대의 삶에 열정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함께 행복하고 어떤 식으로든 모든 것을 함께 한다. 달리기 속에서 삶의 어려움을 헤쳐오면서 살아남았고, 함께 달리고, 서로를 지원하고, 기다려준다. 우리는 누구나 서로에게 자랑스러운 가족이 될 수 있다.
힘들 때도 있지만 가족들이 원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또 그렇게 할 수도 있다. 나의 달리기처럼 항상 걱정도 하면서 또 격려도 함께 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우리 가족 모두가 정말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내 마음 속에 항상 사라지지 않고 매달려 있다. 그것이 나의 사랑의 원동력이다.
어른들에 대한 사랑이 사라지고 있는 사회에서 단명 집안의 내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죽지 않았고, 단지 나이만 조금 더 먹었을 뿐이다. 99세까지는 생각도 않지만, 사는 그날까지 내가 좋아하는 길들을 달리며 팔팔하게 살다가 2, 3일 쉬다가 저 세상으로 가고 싶다. 88234의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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