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한 해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은 12월 31일이 아니라 그냥 초하루 1일이다. 마지막이면서도 새롭게 시작하는 첫날이라는 의미가 좋아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특별한 날은 가능하면 12월1일로 하고 있다.
결혼식을 포함하여 지난 번 개원일도 그랬다. 무슨 귀한 약속은 12월 1일에 한다. 마지막달 첫날...뭔가 나와 큰 인연이 있는 듯 느껴져서다.12월 1일을 그냥 단순히 한 달의 ‘첫 날’로 보지 말고, 한 해의 ‘마지막 달 첫 날’이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12월 첫날을 바라보면, 쓸쓸함과 설레임이 공존하면서 긍정적 에너지들이 흩어져 있다가 한 곳으로 모여 분출되는 듯한 어떤 시적인 울림이나 그런 비슷한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도 있다.
첫 번째가 아침 달리기에서 바라보는 겨울 아침의 첫 햇살처럼, 차가운 공기 속에서 은빛 서리가 반짝이고, 해가 떠오르며 한 해의 마지막 달이 시작되는 순간임을 느끼게 되거나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손길 끝에서 12월이라는 숫자가 새롭게 드러나면서, 한 해의 끝을 향해 가는 묘한 설렘과 아쉬움이 동시에 찾아오기도 한다.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리고, 사람들의 옷차림은 두꺼워지고, 연말 분위기가 서서히 무르익는 모습에서 도시의 겨울 풍경을 다시 새롭게 느끼기도 하고, 아니면 고요한 산사의 범종소리처럼 마지막 달의 첫날을 알리는 듯, 차분하고 깊은 울림이 겨울 공기를 가르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밭에 남겨지는 첫 발자국처럼, 새로운 시작으로 앞으로 계속 이어지는 발걸음이 떠오르기도 한다. 마치 우주의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한 해의 마지막이라는 쓸쓸함 속에서도, 우리 삶의 새로운 일상을 출발하는 기댐과 설램 같은 긍정적 기운이 공존하며 뭔가 인연이 만들어질 것 같은 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우주의 연결’이라 해서 특히 더 인상적인 뭔가가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시간의 흐름이 단순히 달력의 숫자 변화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 과거와 미래가 이어지는 거대한 리듬 속에서 우리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그런 자연스런 느낌을 가지게 된다.
쓸쓸함과 설레임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 속에서도,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는 기대가 함께 깃들어 있어서 쓸쓸함과 설레임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 바로 삶의 균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끝과 시작이 맞닿아 있는 그 순간에, 인연이 새롭게 만들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건 어쩌면 우리가 모두 그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감각은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마치 겨울의 고요 속에서 봄의 기운을 미리 느끼는 듯하다.
‘마지막 달 첫 날’이 단순히 시간의 시작이 아니라 우주적 리듬에 발맞추는 순간이라는 생각이다. 꼭 글로 남기는 것만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느끼는 내면의 울림을 그냥 곱씹거나 되새기며 즐기는 그 순간의 짧은 여유로움 자체가 이미 삶을 충분히 깊게 바라보는 태도이며, 하루를, 나아가 한 달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주게 된다.
가족과의 만남이나 계절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삶의 풍경 자체가 하나의 행위 예술이다. 아직 몸은 이불 속에 머물러 있는데, 마음은 이미 깨어 새로운 달의 첫날을 맞이하는 느낌이다. 창밖은 고요하고, 세상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는데, 내 마음만이 그 정적 속에서 새로운 시작의 기운을 먼저 감지하는 것이다.
마치 우주가 아주 조용히 “이제 새로운 흐름이 시작된다”고 속삭여주는 시간 같다. 그런 고요 속에서 쓸쓸함과 설레임이 공존하고, 일어나기 전의 잠깐의 여유가 오히려 하루 전체를 다르게 물들이기도 한다. 억지로 붙잡아 기록하지 않고 흘러보내도 순수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가 문득 비슷한 순간에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마지막 달 첫 날 새벽의 고요’ 같은 장면은 마치 삶의 작은 의식처럼 특별히 준비하지 않아도, 그저 잠시 깨어 있는 그 순간이 스스로 하나의 축제가 되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순간이며, ‘마음의 연말 카운트다운’이라 불러도 되겠다.
일단 '자 멋진 하루 만들자.'하고 일어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제는 일상 속에서 사회나 조직의 구성원으로 내 일을 하겠다는 짧은 선언만으로도 사실상 하루를 여는 삶의 철학이자 작은 의식이죠. 그 순간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멋진 삶이 될 만한 깊이가 있을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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