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34]역무무명진(亦無無明盡): 무명이나 늙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도 없고, '없음 또한 없다’ : 반야심경과 12연기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부처님께서 공의 이치를 깨달은 핵심이 바로 12연기의 실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12연기 자체는 서로 맞물려 '앞의 것이 없으면 뒤의 것도 없다'는 진리를 발견하고 깨달은 것이다. 무명에서 늙고 죽는 과정인 노사를 거쳐 다시 본래의 자리인 무명에 이르는 윤회를 거듭하게 되는 것이 존재하는 모든 것에 해당하는 진리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유정, 무정 즉, 온 우주 법계의 생명체는 물론 단순한 물질까지 다 유기적으로 부분과 전체, 과정과 실재의 관계 속에 포함된다는 의미이다. 공의 개념이 없던 초기의 불교에서는 12연기를 '한 세대, 하나의 사이클'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12연기를 부처님이 인연과 결과를 순차적으로 또 역으로 거슬러 오며 관찰함으로써 깨달으셨다고 초기불교의 많은 경전에서 한결같이 확인해 주고 있다. 공 개념이 확고해지고 대승 사상이 꽃피면서 12연기도 공의 개념을 빠뜨리고는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12연기를 순차적으로 점검하는 순관은 무명에서 행위, 의식. 노사에 이르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으로 무명이 있음으로 행위가 있고, 행위가 있음으로 의식이 생기고, 의식이 생기므로 명색이 생겨나는 유기적 과정이다. 그 반대 과정을 거슬러 올라오는 역관이란 노사에서 시작하여 노사가 멸하면 생이 멸하고 생이 멸하면 유가 멸한다고 관하여 무명까지 멸함을 보는 것이다.
순관이든 역관이든 관건은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생기고, 저것이 멸하면 이것도 멸한다'는 모든 존재와 그 가치는 서로 의지하고 상호 연관되는 관계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지 독립된 자성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