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은 나름의 속도를 가지고 있다. 달리기 주자들처럼 사람들은 그런 속도감을 즐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과 함께 존재하지 않던 시간을 만들어 나간다. 어떤 때는 내 걸음이 너무 느려서 길을 따라 걷거나 달리고 있다는 것 자체를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
어떤 때는 먹지 않아도 배 고프지 않으며, 그런 풍경에 빠져 시간이 지나는 줄도 모르고 보고 있을 때도 있다. 조그맣게 보이는 저 멀리 떨어진 산들, 회색빛 시멘트로 지어진 거대한 건물들, 쉬지 않고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지하철과 차량들, 내가 걸어온 한 줄기 외길...
내 시선은 이제 밀려드는 안개 구름을 배경으로 펼쳐진 거대한 회색의 산 너머로 건너간다. 나를 집까지 데려다 줄 멋진 길이 놓여있다. 길을 가다 패인 곳을 지날 때는 푹 꺼지는 느낌을 가지기도 하지만, 그 길은 언제나 편안하다.
집 앞에 도착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사이에 모든 생각들이 달아나버린다. 이제는 아내에가 하던 일을 멈추고 이리저리 나를 살펴보는 검사하는 시간을 거쳐야 한다. 나는 그녀에게 가가 얼마나 평화로운지 보여주여 한껏 미소를 짓는다.
그런 미소는 언제나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이따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녀의 눈에 내가 너무 이상하게 보였던 것일 게다. 아내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긴장을 풀고 여유를 가지라는 미소를 보내고, 나는 환영을 받는다.
나는 모든 것이 내 안으로 들어오도록 깊이 숨을 들이쉬고, 옷을 벗고 샤워를 하고 늦은 식사를 하고, 다시 사랑이 넘치는 자리로 돌아온 나는 더 환하게 미소짓는다. 내가 느끼는 고마움을 더 크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말보다 미소가 더 효과적이다.
우리 삶은 익숙한 듯 보이지만, 순간 순간이 지금까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경험을 하는 순간들이다. 일상의 여기 저기에 있는 일과 사람들이 길을 가면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나를 마치 텔레비젼을 들여다보는 듯 지켜보는 느낌이다.
나는 그들에게 텔레비젼에 사람들이 하듯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졸지에 구경거리가 된 느낌이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아무 것도 모르지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응은 웃음뿐이다.
낯선 곳이란 느낌을 전혀 느끼지 않으며, 여전히 내 익숙한 집에 에 있으며, 최소한의 두려움이나 걱정도 하지 않고 있다. 외부의 생각에 멈추고 다시 나의 생각으로 돌아왔을 때 이제는 내 눈에 세상이 아까와 반대로 보이게 된다.
지금까지 내가 한 선택들에 하나의 후회도 없으며, 내가 가진 능력을 모두 끌어내 내 운명을 창조했으며, 지금 이 순간 또한 어쨌던 내 운명의 일부임을 깨닫고 그런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목소리 하나가 귓속을 파고 든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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