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뭔가를 이해하거나 본질을 깨달았다는 말은 마치 단맛이나 짠맛의 경험처럼 말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 직접 맛을 보아야 알 수 있는 체험의 느낌이다. 그런 체험적 문제들은 논리적으로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짠맛의 경험처럼 깨달은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있다면, 깨침에 어떤 기준이나 자성이 있다는 말이 되어 공(空) 개념에 어긋난다. 사람마다 다른 모든 짠 맛이 동일한 체험의 되는 기준이 되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즉 어떤 기준이나 근거 없이 막연하게 이런 다양한 체험을 모두 깨달음이라고 보아줄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이런 체엄에 공통점이 있으면 공에 어긋나 안 되고, 없으면 이것이 깨달음이라는 체험의 척도가 될 수 없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특정한 경험, 체험, 또는 체득을 통해 얻은 깨우침을 진정한 깨달음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선의 기원이라는 염화시중의 미소 이야기처럼 진리가 무엇이냐는 제자의 질문에 석가모니는 말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꽃을 들어보였고, 가섭이 그 의미를 이해하고 미소 지었다는 설화이다. 이때 석가모니는 "차나 한 잔 들게.", "하늘빛이 좋네." 또는 "뜰 앞의 잣나무!"와 같은 대답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난센스 질문인 경우 엉뚱한 소리로 반응해 주는 것이 재치다.
살아가면서 어떤 말이나 개념도 걸림 없이 유연하게 어떤 것이 서로 의지하여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연기하는 세상의 실제 모습을 차별하고 단절시켜 우리를 진리의 세계로부터 차단한다. 요즘 유행하는 정치적 이념으로 편향된 집단을 보는 우리의 시선에도 있다.
이념이라는 개념을 떠올리거나 말을 하는 순간 우리는 마치 이념이라고 불리는 개념이 공동적으로 고유한 본질, 즉 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게 되며, 이 세상을 동질의 이념을 가진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로 분별, 차별해 버려 서로의 동질성을 보지 못하게 한다.
불교에서 '부처'는 종종 진리의 다른 표현이다. 그래서 "부처는 무엇입니까?"란 제자의 질문은 서로 의지하여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인연과 연기하는 세상의 참모습, 즉 진리를 말로 설명해달라는 요구가 된다. 그래서 선사들은 "무(無)!"라고 한 것이다.
실체론적 경향이 강한 도교적 영향이 강한 환경 아래서 성장한 선에서 이런 신비한 실체와 합일되는 경험을 깨우침이라 여겨 선이나 염불을 하다가 느낀 묘한 기분을 깨우침의 순간이라며 설명하는 사람들을 보면 황당스러울 때가 많다.
조건에 의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세상의 모습 속에 존재세계의 실제 모습이 들어있다. 그런데 연기하는 세상의 실제 모습을 말로 직접 기술할 방법이 없다. 어떤 말이나 개념도 분별이나 차별을 야기하고, 아무 걸림 없이 연기하는 세상 모습을 왜곡하여 진리를 차단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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