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누구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괴롭히면 사과를 해야 한다. 요즘 운동선수들의 어릴 적 학폭 관련 사과나 공직자들의 업무상 잘못이 그런 것이다. 서로 인간적 관계가 성립되어 있지 않거나 사랑이 없기 때문에 필요한 행동 규범이다.
서로 잘 알거나 사랑이 있다면 상황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사랑이 있다면 상대방은 폭력에 대해 다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 사랑은 언제나 이해를 하게 된다. 인간 세상에서 사랑보다 높은 도덕이 있을까? 없다!
사랑보다 높은 것은 있을 수 없다. 사랑이 최고의 법이다. 그러나 사랑이 없다면 그것을 대신할 것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낯선 이의 발을 밟으면 사과할 필요가 있다. 혼잡하다거나 다른 곳에 시선을 팔고 있었다든지 하는 상황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내 사이에 사과나 설명할 일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사랑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모두가 서로에게 낯선 이방인이며, 진정한 사랑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서부 시대의 활극이 그래서 사랑 대신에 정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동양적 사고 방식은 그런 개인간의 철저한 사과 예절을 오히려 매너가 없는 행동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동양에서는 남편이 아내에게 뭔가를 일일이 해명하지 않는다. 서로 낯선 사람들이 아니고 해명 안 해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일 상대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사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만일 사랑으로 이해할 수 없다면, 과연 사과한다고 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 같은 세상, 가족 사회를 지향하게 된다.
세상이 하나의 가정이 된다면 모든 해명과 사과가 사라질 것이다. 굳이 해명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해명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동이며, 변명과 사과는 다툼을 피하기 위한 장치다.
어쨌든 사회에는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이며, 우리는 그런 상황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사과는 그런 갈등으로부터 벗어나는 문명적 방식이다. 길에서 낯선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거나 앞 선 사람의 뒤꿈치를 찼다면 상대의 대응이 폭력적이 된다.
상대는 공격적이 되고, 상대가 한 대 칠지도 모른다. 사과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상대의 화가 가라앉을 것이다. 그럴 때 사과는 교묘한 전략이다. 그런 사과가 진심일 필요는 없다. 정치인들의 입술에서 나오는 말처럼 사교적 장치이며 윤활유일 뿐이다.
그런 해명 사과에는 이 장소가 너무 혼잡해서 어쩔 수 없으며,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므로 내 책임이 아니라는 설명일 뿐이다. 그런 상황 설명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은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책임을 진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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