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떤 빛깔로 다가올까? 얼었던 대지가 녹을 즈음이면 산야의 나무 색깔이 확연하지는 않아도 무언지 모를 변화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그 어렴풋하게 느껴지는 변화의 모습은 앙상한 가지가지마다 움트고 있는 새잎들로 색감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새봄의 움틈을 미리 알려주는 신호가 있음이다. 식물의 싹이나 잎이 새로 돋아나거나 어떤 기운이나 생각 등이 새로 생기는 모습을 움튼다고 한다. '움'은 움막과 같은 집이 되는 공간을 말하며, '트다'는 씩이나 잎이 나기 위해 벌어지는 모양을 의미한다.
'봄'하면 떠오르는 것은 검은색 일색의 숲과 들판에 붉은색, 노랑색, 흰색의 봄꽃과 연한 새 잎사귀를 통과한 따스한 태양의 연파랑 빛깔이다.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벌써 겨우내 얼었던 음지도 녹고, 새로운 움틈의 계절이 성큼 다가와 있음을 알고 깜짝 놀라게 된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한강 물에 동그라미 파형을 그리며 오리 떼가 모여 조찬 회동을 즐기는 모습도 더 평화로워 보인다. 사람들은 대체로 나뭇잎이나 풀의 새싹이 연둣빛으로 고개를 내밀 때 움트는 봄을 느낀다. 봄의 상징, 새싹이 그렇게 보인다.
아무리 큰 변화라도 항상 여럿의 작은 변화의 징조 끝에 우리에게 다가온다. 계절의 바뀜도 그렇다. 어느 순간 확 바뀌지 않는다. 작은 변화들이 서서히 이어지는 과정에서 확연하게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대체로 초록의 새싹 돋음에서 봄을 느낀다.
아직은 작고 약하지만 창대한 미래를 접어 간직한 새싹이다. 봄의 징조를 살피려면 움이 도처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만 살펴보면 된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움이 트고 나무가 자라고 꽃이 필 것이다. 봄은 그렇게 움이 틀 때, 움이 터질 때 홀연히 우리 곁으로 올 것이다.
봄이 올 것이라는 첫 번째 증거로 요즘은 도처에 움이 가득하다! 움이 트는 모습은 마치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처럼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으로의 변이이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혁명이다. 움이 트면 지금껏 보이지 않던 생명의 실체가 꿈틀거리며 성장한다.
마찬가지로 울음을 터트리면 가슴속에 담고 있던 슬픔의 실체가 세상으로 뚫고 나와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 하지만 트는 행위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오랜 숙성과 기다림, 그리고 적절한 수분과 넉넉한 태양, 무엇보다 쉼 없는 계절의 수고가 있어야 한다.
고통이 수반되는 움틈은 어떤 의미에서 자신의 몸을 찢어야 겨우 싹이 뻗어 나올 수 있는 잔인한 변화이기는 하지만, 움을 틔우기 위한 우리들의 수고도 쌓이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과 같다. 간절히 바라지만 결국 오고야 말 것이라는 믿음이다.
땅 위의 색깔은 변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아늑한 대지는 여전히 검은 바탕이다.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 해동하는 요즘 땅은 그 땅임이 분명한데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흙의 색감이 조금씩 다르다. 봄이 오는 길목에는 유난히 검게 보인다. 봄을 맞는 땅의 기운인지는 모르겠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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