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잃고 식민지 국민으로 살았던 사람들과 해방 후에 태어난 사람들, 그리고 해방 후 이념의 혼란 속에 살았던 사람들과 625남침전쟁을 겪었던 사람들은 어려운 사회 변화 속에서도 그나마 민족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남침 전쟁으로 국토와 가정이 폐허가 되고 분단된 나라에서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며 산업화을 시작한 사람들과 여전히 공산주의 정치 이념으로 조국 통일을 추구한 사람들이 바라보는 민족과 조국은 이념으로 양분되어 합치될 수 없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를 국가 정체성으로 장착한 대한민국의 산업화 과정을 직접 참여하고 성장시켜 온 사람들과 반대하며 지켜만 본 사람들과 산업화 이후 태어난 사람들의 국가와 사회, 그리고 세상은 이념에 따라 서로 다른 민족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민족을 서로 다른 민족으로 바꾼 가장 큰 요인은 정치인들의 역할이었다. 대한민국은 시장경제라는 누구나 노력만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비전으로 뭉친 반면, 북한 김일성주의는 공산화 이념으로 인민들의 자치권을 없앤 개인 왕국으로 회귀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잘 살기 위해 자신들에게 강요된 변화들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자신들이 누구이며 어떤 존재들인가를 잊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 산업화 세대에게 아주 분명하고도 효과적인 가르침이었다.
그런 환경과 여건들이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뿌리가 어디인가를 결코 잊지 않게 했다. 가정이 그런 뿌리였고, 부모와 형제들이 그런 뿌리였다. 그래서 성장하여 혼자 길을 다시 찾아 세상으로 나아갈 때도 길을 잃지 않고 갈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각 세대마다 이어진 이질적 세상을 잘 살아왔는지, 또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지 종종 질문받는 수가 있다. 그것은 도덕적, 즉 유교적 윤리와 미국과 유럽적 자유 민주주의가 합쳐진 결과로 인해 정체성을 잃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은연 중에 담겨있다.
그러나 우리는 토착적인 것과 미국, 유럽적인 문화가 합쳐진 결과로 인해 정체성을 잃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문화에 능동적으로 동화하면서 다소간의 민족적 정체성에 손상을 입기는 했지만, 우리가 결코 구미적인들과 결코 같아질 수 없음을 잘 알고 대처했다.
우리가 민족적 전통과 문화적 정체성을 스스로 포기했다면 우리의 민족성과 문화에 다시 적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구미인들도 아니고, 더 이상 전통적 유교 중심의 한민족도 아닌 일종의 신인류이다.
구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조건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한국인으로 살아남고 세상에서 활동하도록 변화되었다. 영어를 배우고 구미적 습관을 받아들이는 것이 내가 한국인이 되어야 함을 포기하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내가 할 일을 수용하는 것뿐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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