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팬데믹 상황에서 읽을 수 있는 집단 사회적 심리의 흐름이 있다
복잡한 현재의 일상생활 속에서 긴장과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암환자로 진단받는 순간부터 죽음의 순간을 마주할 때까지의 비통한 감정 상태를 풀어가는 심리 변화를 5단계로 나누어 설명한 '비통의 5단계'란 가설이 있다.
이 가설은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Elisabeth Kübler-Ross,1926-2004)가 1969년 쓴 "죽음과 죽어감(On Death ad Dying)"에서 선보인 모델로서, 사람이 암을 진단받고 죽음을 인지하기까지의 과정을 5단계로 구분지어 놓은 것이다.
영어 단어 첫 글자만 따서 "답다(DABDA)라고도 부르는데, 이 감정의 5단계를 살펴보면 부정(denial), 분노(anger), 타협(bargaining), 우울(depression), 그리고 수용(acceptance)이다. 1년 이상 지속되는 코비드-19팬데믹의 전체 흐름과 1~4차 과정에서도 이런 변화를 보게 된다.
2019년 11월 17일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최초로 발생하여 2020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해 3월 말까지 일부 국가 및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 그리고 모든 대륙으로 확산되며 매우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기록하였다.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 1월 31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였고, 2월 28일부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전 세계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격상하였으며, 3월 11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범유행전염병(팬데믹)임을 선언하였다.
우리나라도 중국에서의 입국자를 막지 않아 발생한 종교인들에 의한 전파로 시작되어 경북의 1차 유행 때 종교 시설과 요양원 중심의 파죽지세의 감염사태로 어르신들이 후유증인 폐렴으로 사망하는 등 유행병에 대한 공포가 전국을 뒤흔들고 혼란에 빠뜨렸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예기치 못한 전염성 질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데에 대해 국민들 모두가 믿지 못하고, 그런 상황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고 부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자유민주주주의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이 깡그리 무너지는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 눈앞에 있었다.
선별 진료소들이 급조되고, 지역간 이동이 폐쇄되기도 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종교 지도자들에게 대한 부정적 감정들이 팽배해지기도 했다. 정부의 우유부단함과 성과에 대한 조급증 때문에 추석 전후로 2차 유행이 일어났다.
무책임한 정부는 모든 책임을 1차 때의 종교인들에서 이번에는 광화문 보수 집회에 참석한 국민들을 살인자라고 규정하고 성토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피해갔다. 가검물 채취 의사가 부족하여 일요일 서초구청 선별진료소에서 봉사하면서 피험자들의 분노감과 불신을 피부로 체험할 수 있었다.
의료인들의 예방접종 약물의 준비 필요성 건의에 치료제만 개발되면 모든 것이 끝이라며 전염병을 일반 농양과 똑같이 생각하는 선입감을 벗지 못하고 완전 무시하던 정부가 뒤늦게 약품 확보에 나섰지만 이미 너무도 때늦은 일이었다. 2020년 12월 8일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으며 각국의 백신 접종도 잇따르면서 국민들의 항의가 쏟아지며,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사태가 악화하자 백신만이 이 상황을 끝낼 수 있다는 뒤늦은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국민들은 이미 우리 스스로의 노력으로 선진조국을 건설했다는 자부심이 거부당하는 부정하고 싶은 현실에 자유로운 삶에 대한 자존심을 빼앗긴 분노의 시기를 무력감에 빠져들었다. 별 말이 없어지고, 모든 일에 초연해지고, 웃음기가 사라지고 멍한 표정들이었다.
어르신 1차 예방접종이 시작된 어느 일요일 서초구청에 예진의사로 봉사하면서 느낀 감정이 그랬다. 즐거워하지도 않고 말수가 줄어들며, 묻는 말 이외에는 침묵하면서도 그나마 자신이 끝까지 버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위로를 받는 듯한 모습이 안타까웠다.
사회에 너무 관심을 갖지 못했음을 미안해하면서도 좋은 시절을 회상하거나 자신이 죽은 후 남겨질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거나 걱정하기도 한다. 혼란스럽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품위를 지켜나가 평화롭게 마지막을 고요히 기다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단계들의 끝은 전염병 유행을 심리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누구나 이 단계들을 다 거치는 것은 아니다. 중간에 회생하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논리적으로 보면 어차피 죽는다면 빨리 수용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 같지만 감정적인 동물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으로 이성적 존재라고 하지만, 세상 일이 설명이 잘 안되고, 인지과학이 발전을 하면서 기존의 이성적 인간이 아니라 감정적 인간에 대해 더 조명이 되는 듯하지만.
이 모델은 죽음을 앞둔 암환자들의 심리 5단계이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죽음뿐만 아니라 아주 극적인 것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도 약간 일반화시킬 수 있을 듯하다. 현재 진행 중인 코비드-19 팬데믹 사태나 대통령 선거도 똑같다.
아무리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더라도 어쩌면 그 과정과 결과를 정말로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정신력이 붕괴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처럼 이런 감정의 단계들을 겪을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현대인은 누구에게나 심리 또는 정신과 상담은 필요할 수 있다.
효율적인 일상생활을 위해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누구나 안정된 마음 상태를 유지해 보다 우리 주변에는 정신과 의원 외에도 정신보건센터가 기초자치단체마다 정신보건센터가 설치되어 있어 정신건강과 심리상태에 대한 기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서초구 의사회지 게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