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과 쇠말뚝"이라는 이솝우화가 있다. 굵은 쇠말뚝이 벽을 밀고 사정없이 들어오는 통에 금방이라도 갈라질 것첨 아픈 벽이 소리쳤다."난 아무 것도 안 했는데왜 나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거야." 그러자 쇠말뚝이 대답했다.
"미안해. 하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내가 널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내 디에서 나를 세게 내려치는 사람이 그러는 거야." 쇠말뚝이 책임전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 뒤에서 쾅쾅 내리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에게 항의를 해도 쇠말뚝을 내리치는 사람이 여러 명이어서 벽이 '갈라질 만큼' 충격을 주고 있는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꼬집어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하더라도 벽을 내려치는 사람들을 지휘하는 사람은 한 사람 있게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비명을 지른 벽 자신도 벽이 생김으로써 공간을 나누어놓아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벽 때문에 불이익을 당한 누군가가 회말뚝을 준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애초 벽을 세운 이가 쇠말뚝을 가져온 그 사람일 수도 있다. 이 모두가 원칙적으로는 목적이 같은 공동체 즉, 이벤팀이라 유추를 해볼 수 있다. 이벤트팀에서는 먹이사슬처럼 서열이 분명한 것도 아니고, 같은 목적이라도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새로운 기획이나 시도를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큰 이벤트를 하는 것이 좋다. 왜 그런가? 책임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식은 여러 사람이 구별 없이 한 데 섞여 한 팀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전문가들이 모인 팀이라면 허구헌 날 모여서 모든 것을 개방한 채 회의를 하면, 그런 민준넉 회의 방식이 모두가 계속해서 수건돌리기를 하는 것처럼 빙긍빙글 돌다가 결국 어디어서 온 수건인지도 알수 없게 된다. 즉 수건이라는 것이 책임이다.
이벤트 팀의 비밀 회의 결과가 새어나갔다면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로 혐의가 희석된다. 의도적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이벤트에 참여한 인원이 많을수록 혐의는 옅어지다가 흐지부지 끝난다. 자신에게도 혐의는 있지만, 다 뒤집어쓰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일이 심각해질 것 같은 분위기지만 곧 수그러든다. 정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뻬돌렸는지, 빼돌렸다면 어떻게 빼돌렸지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두루뭉실 흐지부지 끝나게 된다. 분명한 것은 그 사건에 대한 조치로 어떠한 제제도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정부와 너무 비슷하지 않나? ㅎㅎ
포기할 때는 모두의 책임이고 잘 마무리되었을 때도 모두의 실적이다. 여럿이 하면 혐의가 점점 옅어지므로 누구의 책임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두드러지게 나서서 살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고 하더라고 우리 모두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면 어떨까.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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