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살이 여정은 오래 걷기 또는 울트라마라톤처럼 첫걸음을 떼기 전부터 시작된다. 여정에 대한 꿈이나 상상에서 계획된다. 기간을 정하고, 장소와 장비를 정하고, 휴대해야 할 물건들을 선택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대게 짐이 너무 많아 고생하면서 새롭게 눈을 뜬다.
짐을 가볍게 꾸리는 것은 정신을 가볍게 하는 형태이다. 휴대하고 다니기 너무 무거운 것은 버리거나 비가 오지 않는 밤이나 주차장 의자에서 밤을 지내기 충분한 정도면 된다. 최대한 몸뚱이 하나만 홀가분하게 다니는 것이 기본 계획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운동의 형태와 지역에 따라 여러 모로 다양하게 변하게 되기 마련이지만, 결국 선뜻 내버리기 힘든 그 모든 것들이 별 수 없이 여정이 계속되는 동안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기 마련이다.
장거리 달리기나 산행을 하면서 나는 젊었을 적에 꿈이 카메라 하나를 구해서 가는 곳마다 사진으로 남겨놓는 것이었다. 조금 지나서는 비디오 카메라였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햇다. 휴대품을 줄이고 줄이는 재미에 빠졌다고나 할까!
한강을 달리거나 산길을 달리면서 휴대품이 얄팍할수록 몸의 움직임이 활기차면서도 평온해진다. 웃으면서 먼 길을 조금씩 걸으며 경험자들이 되어간다. 어떤 장애물도 나를 막지는 못하리라. 그리고 즐거운 상상 속에서 마음이 끌리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장거리 걷기나 달리기는 원래 내면적이어서 여정의 각 단계를 상상으로 예측하며 정신은 환희에 차오른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의혹과 혼란의 순간, 여정에 따른 피로와 더위와 추위, 배고픔과 갈증, 사고와 고통, 장애물과 두려움을 거쳐야 한다.
색다른 풍경을 보며 느끼는 감탄과 희열에 대한 생각에만 속아서 믿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 살아간다는 놀라움은 언제나 구정물 속에서 금을 찾게 만드는 소동을 벌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낯선 길을 따라 나서는 것은 위험한 모험이기도 했었다.
길을 따라 다니다 보면, 첫눈이 온 길 위를 지나는 것처럼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식물들이 무성한 자연 속을 무작정 가로질러 그저 앞만 보고 쭉 갈 수 있는 길을 찾을 때도 있다. 안전이 답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 좋게 벗어난 곤경을 축하했다.
어디든지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가장 아름다운 장소이다. 그러니 그런 곳에서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이 세상에서 아니면 다른 세상에서라도 행복을 누릴 수는 없는 사람이다. 그것이 자연 속의 동식물 속에서 그들과의 관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길 위에서 자연의 영적인 광채 속에서 몸을 담그고, 모닥불에 몸을 덥히듯 사방으로 몸을 돌리면, 나 자신이 독자적으로 존재한다는 의식을 잃고 풍경 속에 녹아들어 자연의 일부이자 한 요소가 된다. 말 그대로 자연으로의 부활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유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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