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상 어디서나 도시화로의 변화는 거침 없이 펼쳐지며, 기존의 도시 외곽과 시골을 포화상태로 만들고 있다. 도시화는 도로에서부터 시작되어 부수적으로 따르는 기초공사를 강요하는 건설요건 때문에 보존해야 할 독특한 장소들마저 질식시킨다.
30년 전의 우면산과 청계산은 서초구를 포함하여 서울의 전경을 내려다 보거나 둘러볼 수 있는 언덕의 연장선상에 있었지만, 이제는 갈수록 높아지는 건물들로 포화상태가 되며 자연의 흔적을 모조리 지우고 엄격히 인공적이고 도시적인 풍경을 세우고 있다.
도시에서는 감각도 다른 곳에서처럼 긇게 행복하지 않다. 촉각은 도시를 걷는 사람들에게는 특혜 받은 감각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길가에서 돌이나 나뭇가지도 줍고, 봉분 위에 돌맹이도 하나 올리고, 꽃을 쓰다듬거나 시냇물에 손을 담가보지도 못한다.
도시에서의 접촉은 훨씬 더 드물고 덜 감각적이어서 물길의 맥박을 잴 수도, 유리창의 온기나 냉기를 잡을 수도, 나무의 호흡을 손끝으로 들을 수도, 건물에서 연대감을 얻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도시의 현실, 그 최고 기법의 자연성을 확인할 수도 없다.
현대 도시의 감각적인 경험은 시각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일부 보존된 장소들을 제외하고는 청각은 도로 통행량의 소란스러운 소음이나 긴 상점가의 음악소리에 시달린다. 요리 냄새 속에 이따금 나무 내음이나 꽃향기가 풍기더라도 후각는 무미건조하다.
도시에서 걷거나 달리는 일은 순수하게 미학적인 인상으로 남지 않고, 세상의 모든 양면성을 압축시켜 이따금 그렇게 은총과 혐오가 뒤섞여 있음을 상기시킨다. 어찌 되었든 도시에서 걷는 일은 그런 모순을 통해서만 가치를 지니는 세상 특성을 띤다.
황금과 진흙은 양분하기란 도무지 불가능하다. 강변을 산책하면서 고통스러운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 더미를 치우는 환경 미화원들이 볼 수 있다. 한강이라고 해서 당연히 맑고 산뜻한 한강 바람의 느낌만 맡을 수는 없다.
다른 위급한 것들도 있다. 도시는 나으려면 진물이 흐르고 악취를 풍겨야 하는 상처와 같다. 그 굳건한 피는 무엇이든 치유시킬 수 있는 차원으로 여겨진다. 예전에 알았던 도시나 마을에서 걷거나 달리는 일은 이제는 알아보기도 힘든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일이다.
지금 이 도시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도 분명 30년 후쯤 되면 똑같은 여정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자신의 부모들이 알던 세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세상에서 지금 자라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나무들과 무성한 수풀, 넓은 강변의 트인 자연 속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면 귀를 쫑긋 세운 채 죽어라 달리곤 했다. 강물은 항상 흐르지만 길 양쪽으로는 수많은 집들로 알아보기 힘든 장소로 변했다. 도시가 진작 줄 수 있었던 것이 여전히 내가 그곳에 있다는 행복감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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