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살면서 길을 오가며 쉴 사이 없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는 경우들이 많다. 시골에서의 상호관계에서 보는 것보다 청각보다 시각이 훨씬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그것은 단순히 아는 사람이 있는가 살피는 것보다 공적 의사소통 수단 때문이다.
거리두기와 재현의 감각, 나아가 감시의 감각이 바로 유심히 바라보는 시선은 자신의 주변공간을 소화 적응하며, 스스로를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보행자들을 항상 잘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위치시킨다.
도시는 무수한 얼굴들의 숲을 보여준다. 도시에서 거리를 산책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의 주변에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본다는 것, 그와 동시에 그들의 시선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주한 상대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어 공방적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눈의 역할 영역을 말한다. 눈은 사방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방향 이동 시 시선과 동작은 일치해야 한다. 어떤 보행 자세를 진행 중에 동작에 따라 보는 시선의 방향과 높낮이가 일치해야 한다.
이처럼 도시에서의 산책은 서로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가시성은 여정의 막힘 없는 흐름을 보장하고, 서로 부딪치거나 떠밀리는 일이 없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인도해준다. 장소 이동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는 사람들은 '전방 주시'라는 경고를 받는다.
그래서 복잡한 도시길을 가다가 모르는 상대로부터 "앞을 좀 똑바로 보고 다니세요!"라는 짜증 섞인 설교를 듣더라도 무심하게 "아 예 죄송합니다!"하고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 이유다.
다른 사람의 외모와 태도를 해독함으로서 우리는 원칙적으로 장차 취하게 될 다음 행동을 예견할 수 있고 스스로 서투른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시선의 교환은 장소 이동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시선 교환은 다른 사람에 대한 파악은 물론 인근에 있는 얼굴들의 호기심, 그 한 순간에 절실한 이미지들을 수집하는 보행자들의 정서를 이끈다. 서로 눈앞에 존재하는 상대의 자질을 순간적으로 평가하면서 각자 때로는 가벼운 회한을 맛보거나 회동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만화경 같은 미세한 감정의 파장들이 보행자들의 마음을 뚫고 지나간다. 가끔 그 덧없는 인상들을 음미하는 미학자가 되어 스쳐 지나가는 대중 속을 하염없이 헤매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본다는 것은 어떤 몽상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눈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에게 다른 사람의 존재가 지속해온 과정을 경험하게 하고, 그의 생김새의 기본적인 형상 속에 숨어 있는 과거의 침전물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삶을 구성하는 숱한 연속적 행위들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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