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일상의 삶들을 살아가다 보면, 빌딩과 사람들로 넘쳐 나는 도시에 살면서도 마치 사막에서 사는 것처럼 물 한 잔 편하게 마실 곳을 찾기도 힘들 정도로 피곤하고 기력이 떨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여름의 열기와 수고로움에 지친 탓이다. 그럴 때는 그냥 방바닥에 누워 죽은 듯이 잠을 자는 것이 최고의 회복법이다. 이번 주 내내 내 상태가 그랬다. 그래서 4일간은 조용히 휴식하는 날로 보내면서 정신이 다시 제 자리로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 3~4일 사이에 태양은 어느새 열기가 식어 있고, 나는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삶의 끝에서 찾으려 했던 것이 무엇일까? 바로 지혜가 아니었던가. 편안한 자세로 책상에 앉아 과즙이 풍부한 포도 맛을 음미한다.
포도알 안에서 내가 내려놓는 것은 바로 도시 생활의 다급함, 시간의 압박감, 다양한 억압들이다. 그리고 휴식주 때문에 얻은 소박한 기쁨을 한 알 한 알 음미한다. 시간은 나에게 한없이 관대한 듯 보이지만, 세상은 정반대로 무엇이든 실속부터 챙기려 바쁘다.
개인들은 어찌되든 최대한 이윤을 우려먹어야 하는 봉이었다. 끔찍한 사고를 목격하고도 공무원들은 무심히 대처하는데 정작 힘없은 개인들이 사고 현장에 뛰어들어 부상자들을 돕는 일이 더 흔한 세상이 되었다.
일상에서 가장 분명한 위험이 바로 차에 치는 것이다. 우리는 마치 바다에 빈 병을 던지듯이 인생 여정으로 뛰어든다. 살아남기 위해서, 존재하기 위해서, 내가 목적지에 도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달리기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자신감을 가진다. 나이가 어떻든, 혼자든 여럿이든, 두 발로만 어마어마한 거리를, 내 주위 누구도 절대 시도하거나 성공하지 못할 무모한 모험을 나설 만큼 혼자만의 자만에 빠진 채 다시 태어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런 여정이 마침내 새로운 시작이 되는 것이다. 게임이나 음악 없이 오로지 길에만 집중하여 매일 25km 이상을 걷거나 달린다. 힘든 고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감옥에 비하면 훨씬 더 자유롭고 흥미롭기까지 하다.
더욱 발전적이고 성공적인 사회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치르는 대가인 셈이다. 길을 출발하기 전에 항상 의지가 충분한지, 나 자신의 힘이나 나약함을 확인할 준비가 있는지 스스로 묻고 답한다.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가 격려도 한다.
나 자신의 계획을 책임져야 할 당사자로서 그 점을 깊이 생각하고, 나의 의무나 권리도 잊지 않고, 혹시 문제가 있을 때는 언제든 대화 상대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율성과 나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키우고, 특히 직업적 일을 통해 사회로 돌아갈 때를 대비해 자신감을 되찾게 해줄 목적으로 관리되기도 한다. 달리기는 어떤 성과를 얻으려는 탐색이 아니라 나의 걱정과 관심사를 인식하려는 내면의 여정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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