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날 때마다 내가 자긴 다양한 생각과 느낌들을 돌아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어린 시절의 부정적이었던 자아상과 그로 인한 사회관계의 어려웠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보다 부드러운 인간관계에 대한 갈망이 많았던 듯하다.
그런 갈망들이 모여 내 삶의 바탕을 이루고 전체적인 삶의 줄기들이 만들어지곤 했다. 환영받지 못한 인생이라는 거대한 바위처럼 내 앞에 서있던 큰 갈망들이 사실은 하나하나의 작은 희망과 실망들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덩어리였다.
내가 가지고 다니던 압도당할 만큼 크고 단단하고 진흙투성이 같은 바위 덩어리가 사실은 가늘고 약한 짧디 짧은 실조각들의 뒤죽박죽 뒤엉킨 덩어리로 마치 크고 단단한 바위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어쩌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1~2년 정도 절에서 생활하는 동안 특별한 노력없이 자연스럽게 지혜와 명상의 형태로 나 자신의 슬픔이나 부정적 감정에 적용시킬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처한 문제의 각각의 분리된 측면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덩어리 전체가 아니라 실조각 하나하나를 바라볼 수 있으면서 지금까지 억눌러져 왔던 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들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훨씬 쉬워졌다. 한 구멍에 끼워져 있던 단추들을 하나씩 풀어 제 구멍으로 보내는 놀이를 즐기게 되었다.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오랜 세월 나를 괴롭혀왔던 생각과 감정들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용기를 발견하고, 스스로 괴롭히고 있던 압박감에서 해방되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간직하게 되었다. 일종의 내 존재성에 대한 자각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것이라 해도 나를 괴롭히고 나를 위축시키던 외부의 큰 바위를 스스로 깨뜨릴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그 자체가 나 스스로의 존재성과 독립성에 대한 신뢰와 그로 인하여 내면에서 생겨나는 자신감이었다.
만화책이든 동화책이든 사전이든 교과서든 뭐든 읽고 생각하고 외우는 재미를 알게 되면서 도서관의 책들이 남아 나지 않게 되었다. 이제 외로움과 갈망의 거울 속에 갇힌 힘 없는 아이가 아니라 나 자신이 나의 거울이 되었다.
나는 사람들이 행복해하거나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 그래서 그런 일을 좋아하게 되었고,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고, 내가 읽은 책의 위인들이나 만화의 주인공의 활약상을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아했다. 함께 웃으며 뒹굴며 정을 나누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숨겨오던 고통을 인정하면 자각이 깊어지고, 그 동안 가지고 있었던 생각과 행동의 판단 기준을 벗어나 그냥 있는 그대로의 생각과 행동으로 바라보기만 하게 되었다. 아무리 큰 고통이나 걱정거리도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의 작은 실타래들의 모임이다.
하나씩 분리해 떼어내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 결과 고통이 고정된 것이 아님을 이해하고, 고착화된 감정으로부터 해방되면서 본래 내 속에 있던 사랑과 잠재능력, 그리고 자신감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기회가 되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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