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가만히 지난 날들을 생각해보면, '해도 된다'보다 '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며 살아왔다. 요즘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도 이 문제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사회의 지엄한 분부인 듯한 느낌이다.
지금도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 기준을 제대로 따르지도 못하면서 불필요한 죄책감을 자신에게 스스로 부과하며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믿고 하루 하루 살아가면서 한 인간으로서 가진 성정을 인정하기보다 오히려 부인하고 저항하고 있다.
그러면서 달짝지끈한 죄의식을 붙잡고 늘어지며 그것을 경험보다 우선시하며 맹종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후회하고 반성하며 마치 죄가 없는 듯 행동한다. 스스로 자신의 불완전함에서 해방되기 위해 이런 삶의 방식을 되풀이하고 있다.
'내가 한 때 몸쓸 짓을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즐기지는 않았다.'면서도 '왜 이렇게 나쁘다는 일을 하면 기분이 좋아질까?' 궁금해 한다. 시인 블레이크의 말처럼, 수치심이 자부심의 외투 역할을 하도록 입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자신의 행위에 수치심을 느낀다는 것은, 반대로 인간으로서 자부심을 가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죄가 클수록 회개하면 은총이 더 크다는 단테의 말도 있다. 수많은 종교가와 철학자들이 인간성의 이면을 연구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는 어떤 사람도 부처님 외에는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방식으로서의 전제에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는 데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본질을 애써 부정하며 마치 전혀 다른 존재인 듯 살려고 한다.
우리가 원래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갈수록 비도덕적 혹은 퇴폐적 인간으로 변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된다면 주위를 한 번 돌아보자. 우리는 이미 하나의 종으로서 비도덕적이며 퇴폐적인 존재들이다. 다만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부인해 왔을 뿐이다.
희미한 어둠에 싸인 방에 앉아 나 자신을 포함한 인간들의 행동들을 분석하다 보면 인간의 본성이라는 보편적 속성을 보게 된다. 유사 이래 계속되는 가장 큰 문제는 전쟁과 질병이다. 이 둘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마귀들이다.
무엇을, 어떤 면을 탐구하든 인간의, 인간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살육과 착취는 계속되어 왔다. 삶이 비참한 사람들일수록 그런 탐구는 하나의 사치에 불과할 뿐, 눈앞의 살벌한 현실을 외면하고 희석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인간 행동을 분석하는 지적 행위란 것도 결국 그 대상과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아수라장 같은 현실로부터 우리를 떼어내 세상을 또 다른 흑백 사진 속으로 인도할 뿐, 인간들에 대한 관찰이 정확한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런 인간 행동에 대한 수많은 관찰과 분석을 통해 우리 사회에 변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행위는 더욱 공격적이고 잔혹하며 세상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좋은 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탄핵놀이가 그렇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