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된 세상에서 우리는 더 이상 능력주의 교육만으로 사회 계층 이동을 기대할 수 없는 체제 속에 살고 있다. 수능시험 점수는 가정의 경제적 배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평균 점수도 함께 올라가는 경향을 무시하지 못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고등 교육은 승자 독식형 재분류 구조로 변모하고, 학업 지원은 능력주의적 비용 경쟁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재능과 부의 대물림은 더욱 심화되고, 계층 이동은 사라지며 엘리트층은 굳어진다.
경쟁을 통과한 엘리트들조차 작은 실수도 허용하지 않으려 하며, 통제를 벗어나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해지는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이것이 바로 ‘완벽주의’이다.
그러나 완벽주의는 승리 이후에도 자신을 괴롭히며, 삶을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과 이미 정해진 길을 걷고 있다는 우울을 동시에 안겨주기도 한다.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 같은 철학자들은 대학 입시에 ‘운(luck)’의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 “내 성취는 오직 내 능력 덕분이다”라는 능력주의적 신화를 깨뜨릴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시험 점수가 직업을 결정하고, 직업은 돈의 가치에 따라 서열화된다. 이는 곧 “당신의 일은 돈 잘 버는 고소득 전문직에 비해 시장에서 가치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 결과 저학력자들은 자신들의 직업이 사회적 존중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득권층에 대한 반동으로 포퓰리즘을 선택하게 되고, 그 길을 쫓아간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직업을 평가할 때 ‘얼마나 돈을 벌고 소비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사회적 생산에 기여하는가’를 기준으로 그 직업을 존중하는 문화를 배워야 한다. 능력주의를 넘어설 해답은 ‘조건의 평등’에 있다.
이는 단순히 기회의 평등이나 결과의 평등과는 다르다. 모든 사람이 어떤 계층이든 공공의 삶 속에서 이해관계를 공감하고, 공동선에 대해 고민하며, 민주주의적 평등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즉, 시민들이 계층과 상관없이 공공의 장에서 만나 민주적으로 토론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타협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 방식과 문화를 배우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것, 그것이 바로 공동선을 기르는 길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마지막달 세 번째 월요일 하루 시작하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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